‘전통적 친선’ 빠진 北·中 ‘축전 외교’…미묘한 긴장

입력 2017-11-02 14:27
사진=AP/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축전에 답전을 보냈다. 북핵 위협 이후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로 경색된 북·중 관계가 다시 화해 무드로 들어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축전과 답전에선 북·중이 서로 전통적 친선관계를 나타내던 문구가 빠져 있어 여전히 미묘한 긴장이 흐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일 “김정은 동지께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습근평(시진핑) 동지가 1일 답전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얼마 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와 (김정은) 위원장 동지가 중국 공산당 제19차 대회가 진행되고, 내가 다시금 중국 공산당 총서기로 선거(선출)되고,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취임한 것과 관련해 각각 축전을 보내준 데 대해 나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를 대표해, 그리고 나 자신의 이름으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위원장 동지에게 진심으로 되는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정세 하에서 중국 측은 조선 측과 함께 노력해 두 당, 두 나라 관계가 지속적으로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하도록 추동함으로써 두 나라 인민들에게 더 훌륭한 행복을 마련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공동의 번영을 수호하는데 적극적인 기여를 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 인민이 김정은 위원장을 수반으로 하는 조선노동당의 영도 밑에 사회주의 건설 위업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성과를 거둘 것을 축원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은 중국 당대회를 맞아 두 차례 축전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집권 2기를 맞은 시 주석에게 축전을 보냈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는 지난 17일 중국 당대회 개막에 축전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축전에서 “중국 공산당 제19차 대회가 원만히 진행되고, 당신(시 주석)이 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선거된 데 대하여 진심으로 되는 축하를 보낸다”고 밝혔다. 또 “나는 조·중(북·중) 두 당,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가 두 나라 인민들의 이익에 맞게 발전되리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친중 인사였던 장성택을 처형하고 중국이 유엔 대북제재에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차갑게 식은 ‘혈맹’이 중국 당대회를 계기로 축전과 답전을 서로 주고받으며 회복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축전 외교’가 둘 사이의 완전한 관계 회복을 의미한다고 보기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우선 최근 축전에는 북·중이 전통적 친선관계를 나타내는 문구가 빠져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7월 김 위원장의 국무위원장 추대 축전에서 “두 나라 사이의 전통적인 친선협조관계”라는 표현을 넣었지만 이번에는 없었다. 김 위원장의  축전 역시 시 주석이 처음 총서기에 올랐던 2012년 축전에 들어있던 ‘형제적 중국 인민’ ‘조·중(북·중) 친선’ 등의 문구가 빠졌다. 축전 길이도 총 4문장에 650여자로 5년 전의 6문장, 810자보다 짧아졌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해 7월 ‘북·중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 체결 55주년을 맞아 시 주석이 보낸 축전에는 전통적 친선협조 문구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없었다”며 “이번에는 당과 국가의 발전과 지역의 안정·평화, 공동번영 등의 문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 더 주의 깊게 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당대회 이후 한·중 관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중국이 북·중 관계에서도 어떤 입장을 내보일지 주시하고 있다. 통일부는 중국 측 고위 인사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 “18차 당대회 이후에는 있었다”며 “이번에도 어떤 형태로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