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기부한 할머니의 '익명 기부' 스토리

입력 2017-11-02 14:04 수정 2017-11-0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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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80대 할머니가 아들이 다녔던 대학을 찾아가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1000만원을 기부했다.

2일 부산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전 부산 금정구 부산대 발전기금 사무실에 한 8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갑자기 찾아와 하얀 봉투를 하나 불쑥 내밀며 "학교 발전을 위해 써 달라"고 말했다.

발전기금 사무실 관계자가 봉투를 열어보니 1000만원짜리 수표 1장이 들어 있었고, "이게 무슨 돈이냐?" "할머니 존함과 연락처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지만, 할머니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선걸음에 돌아가려고 했다.

부산대 관계자가 "그렇다면 딱 차 한 잔만이라도 하시고 가십시오"라며 끈질기게 설득하자 할머니는 의자에 앉았고 기부를 하게 된 배경을 조금 털어놨다.

익명을 요구한 할머니는 "아들이 부산대를 졸업했다. 젊었을 때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몸도 편찮아 힘들게 살아가느라 하나뿐인 아들 뒷바라지도 제대로 못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할머니는 "그래도 애가 공부를 잘 해서 부산대에 입학하고, 돈이 없어 대학입학금은 고등학교 선생님이 도와줬다"며 "대학 가서는 학비도 내내 아들이 스스로 과외수업 등 아르바이트를 해서 벌었고 엄마한테 생활비까지 보태준 착한 애"라고 말했다.

또 "부산대에서 장학금도 주고 잘 가르쳐줘서 참 감사하다. 우리 아들이 그 어려운 환경에서도 어긋나지 않고 잘 성장해서 지금은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며 "나는 이제 나이가 들어 친구도 많이 떠나고 산책으로 소일거리를 삼고 있어 아들이 준 용돈을 모아둔 것인데 다른 데 별로 쓸 데가 없으니 아들의 모교 발전을 위해 주고 싶어서 왔다"고 밝혔다.

할머니는 이어 "나는 이제 나이가 들어 따로 쓸 데도 없으니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공부하느라 힘든 귀한 자녀들에게 작으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아들의 나이나 전공학과는 물론 본인의 이름과 연락처 등을 일체 남기지 않고 돌아갔다.

부산대는 할머니의 기부금 1000만원을 장학금 조성에 활용할 계획이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