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소속 법무법인에서 퇴직하고 지난 8월 미국에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담당했다. "논두렁 시계로 노 전 대통령을 망신 주라"는 국가정보원 지침이 검찰에 전달됐다는 의혹의 중심에 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이 사건에서 '수사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터라 '해외 도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일보는 2일 사정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인규 전 부장이 지난 8월 (해외로) 출국한 기록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전 부장이 해외로 나간 이후 다시 입국한 기록은 없다"면서 해외 도피 가능성을 제기하며 “대검 중수부장까지 지낸 사람의 행동으로는 아쉽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최근 이 전 부장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은 거주자가 없는 상태라는 언론 보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우편함에는 이 전 부장과 가족 앞으로 온 우편물이 쌓여 있고 마당에는 까마귀 사체가 방치돼 있더라"는 전언도 나왔다. 하지만 이 전 부장이 집을 처분하려 한 정황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전 부장이 최근까지 형사팀장으로 근무해 온 법무법인 바른 관계자는 “지난 7월 이 전 부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그만뒀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전 부장이 출국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명박정부 시절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른바 ‘논두렁 시계’ 보도를 조장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국정원 개혁위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의 한 간부가 이 전 부장에게 “고가 시계 수수 건 등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 적당히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시고 수사는 불구속으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후 2009년 4월 KBS가 논두렁 시계를 다룬 기사를 단독보도 형식으로 내보냈다. 보도 취지는 ‘검찰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수사하던 중 2006년 8월 노 전 대통령의 회갑을 맞아 명품시계 2점을 선물했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에 나섰다’는 내용이다. 이후 SBS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해당 시계가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한 권양숙 여사가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해당 보도 열흘 뒤 투신해 서거했다.
이 전 부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조사에 협조해 달라”고 요구하는 국정원 조사관에게 “지금 밝히면 다칠 사람들이 많다”며 자세한 언급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