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한송이라도’… 故김주혁 보내는 팬들, 눈물의 조문

입력 2017-11-01 21:06
고 김주혁. 사진공동취재단

혼자서, 친구와 같이, 연인의 손을 잡고, 온 가족이 다 함께…. 배우 고(故) 김주혁(45)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고자 찾아온 추모객들의 조문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장례 첫째 날이었던 전날(31일)에는 생전 김주혁과 가까이에서 호흡한 동료 배우와 지인들이 빈소를 가득 채웠다면, 일반인 추모객의 빈소 출입이 허용된 1일에는 그간 김주혁을 먼발치에서나마 응원하고 사랑했던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주혁의 빈소에는 이날 오전부터 낯선 얼굴의 손님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반인 조문객을 함께 받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한 팬들이었다. 성별도 나이도 연령도 다양했지만 침통한 표정만큼은 모두 같아 보였다.

20~40대 여성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또래 남성끼리 삼삼오오 방문한 이들도,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단위 조문객도 있었다. 중국 등 해외 팬들도 눈에 종종 띄었다. 홀로 어려운 발걸음을 한 팬들은 쭈뼛쭈뼛 떨리는 걸음으로 빈소에 들어갔다.

고 김주혁 빈소 앞에 놓인 근조화환들. 사진공동취재단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4~5명 무리는 빈소가 위치한 3층에 도착하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빈소 근처에 다가가지도 못하고 멀찍이서 한참 동안 눈물짓던 이들은 애써 감정을 추스른 뒤 조문했다. 한 10대 팬은 예쁘게 포장된 국화꽃을 직접 준비해오기도 했다.

퇴근 시간인 오후 7시를 넘어가면서 조문객 수는 부쩍 늘어났다. 소속사 직원의 안내에 따라 적게는 2~3명, 많게는 10명 안팎의 인원이 끊이지 않고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이들의 눈에는 슬픔이 가득 어려 있었다.

영화계 선·후배 동료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최불암 안성기 전도연 지성 김상호 박철민 이주영 등이 빈소를 찾아 슬픔을 나눴다. 유준상은 이틀 연속 발도장을 찍었다. 전날 제일 먼저 도착한 연인 이유영은 내내 고인의 곁을 지키고 있고, 상주 역할을 자처한 절친 차태현은 이틀째 조문객을 맞고 있다.

생전 따뜻하고 인간적인 성품으로 주위에 사람이 끊이지 않았던 김주혁은, 아주 다행스럽게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가득 안고 외롭지 않게 먼 길을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발인은 오는 2일 오전 11시, 장지는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로리에 위치한 가족 납골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