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일 2018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을 마친 뒤 연설 내내 항의시위를 벌이던 자유한국당 의석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항의 현수막을 들고 있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지도부를 거쳐 다시 한국당 의석쪽 출입문으로 퇴장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시장연설에서 문재인정부 첫 예산안인 429조 규모의 2018년 예산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가 성장해도 가계소득은 줄어들고, 경제적 불평등이 갈수록 커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양극화가 경제성장과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삶에도 국가에도 미래가 있다”고 강조하며 ‘사람중심 경제’의 핵심 전략에 대해서는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사람중심 경제는 경제성장의 과실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라며 “일자리와 늘어난 가계소득이 내수를 이끌어 성장하는 경제, 혁신창업과 새로운 산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경제, 모든 사람과 기업이 공정한 기회와 규칙 속에서 경쟁하는 경제”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의 사람중심 경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내년도 예산안 국회 통과가 절실하다면서 “국가가 자신의 역할을 다할 때 국민은 희망을 놓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국회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를 특별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30여분 가량 시정연설을 마친 뒤 정세균 국회의장 등 5부 요인과 악수를 나눈 뒤 현수막과 손피켓으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는 한국당 의석 쪽으로 향했다. '북핵규탄 UN 결의안 기권 밝혀라', '공영방송 장악음모 밝혀라', '北(북) 나포어선 7일간 행적 밝혀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던 한국당 의원들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자 현수막을 들고 있던 손을 바꿔 응했다. 또 문 대통령이 다가가자 자리에 앉아 있던 한국당 의원들은 엉거주춤 일어서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통로 쪽에 서 있는 의원들고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이동했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비자금 사건 녹취록 문제로 홍준표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서청원 의원과도 악수를 하며 인사했다. 서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눴다.
한국당 의석 쪽으로 다가가 악수를 건네는 문 대통령의 모습은 사진과 영상으로 편집돼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SNS에서는 시정연설 내내 항의 시위를 벌인 한국당 의원들의 행동을 나무라는 게시물이 이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전하며 한국당 의원들을 성토했다. 특히 박근혜정부 청와대 출신으로 정윤회 문건 사건으로 고초를 겪은 조응천 의원은 “자유당 의원들이 플래카드 아래로 머리를 감추는 걸 보니 쪽팔린 모양”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본회의장 입장과 퇴장 순간을 포함해 23차례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대다수 의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