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의 ‘가짜 몰카’에 2만6천명이 다운로드

입력 2017-11-01 11:31

경찰이 갈수록 심해지는 몰래카메라(몰카)를 근절하기 위해 ‘가짜 몰카’를 인터넷에 올린 결과 2주 동안 2만6000건을 내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경찰청은 불법 몰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17일부터 2주 동안 ‘스탑 다운로드킬(Stop Downloadkill)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1일 밝혔다.

다운로드와 로드킬의 합성어로 만든 이 프로젝트는 몰카를 보는 행위가 몰카에 찍힌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심할 경우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 추진됐다.

이 기간 경찰은 몰카 영상을 연상하게 하는 모텔편, 탈의실편, 화장실편, 지하철편 등 다양한 버전의 경고영상을 만들었다.

이 영상들은 초반부에 일반적인 몰카 영상과 같은 장면이 나오다가 후반부에는 귀신 형상과 함께 몰카 피해의 경각심을 알리는 문구가 뜬다.

경찰은 이 영상들을 국내 파일공유 사이트 23곳에 매일 170개씩 업로드 했고, 2주 동안 무려 2만6000건이 다운로드 됐다.

주목할 점은 이 경고 영상이 퍼지면서 2주 뒤 해당 사이트에서 ‘몰카’ 또는 ‘몰래카메라'로 검색되는 영상물의 양이 11%까지 감소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가짜 몰카 영상을 본 네티즌들이 해당 사이트 접속과 몰카 다운로드를 줄이면서 영상 유통량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몰카를 촬영하거나 유포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기존의 경찰 캠페인과 달리 몰카를 보는 사람들이 타깃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현행법은 몰카를 찍거나 유포하는 사람은 처벌할 수 있으나 보는 사람은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죄책감 없이 몰카를 본다. 결국 수요를 억제해 공급을 차단하는 ‘역발상 프로젝트’다.


경찰은 ‘가짜 몰카영상’ 외에 해운대와 광안리해수욕장 등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몰카범죄 예방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현배 부산경찰청장은 “불법촬영 범죄를 개인의 일탈뿐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문제로 보고 수요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차원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며 “몰카 범죄가 근절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