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의 한 사립고등학교 학생회가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3학년 수험생들에게 떡, 과자 등을 준다며 1·2학년 학생들에게 돈을 걷어 물의를 빚고 있다.
학교 측은 매년 강제성 없이 해오던 전통이라고 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학생들은 반강제나 다름없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1일 안양 A고교와 학생 등에 따르면 학교 학생회는 학교의 승인을 받고 최근 학교 곳곳에 공고문을 붙였다.
수능을 치르는 3학년에게 줄 선물이 필요하다며 1·2학년 학생에게 2000원씩을 모금하겠다는 내용이다. 재학 중인 1·2학년은 925명이다. 이들 전체 학생들에게 돈을 2000원씩 걷으면 모두 185만원을 모을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학생회가 반장·부반장과 함께하는 회의에서 자치적으로 결정해서 돈을 걷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학교 학생부 주도 하에 진행되고 있다.
반강제로 돈을 낸 일부 학생들은 불만을 표시했다. 2학년생인 B군은 "학급 대표가 일괄적으로 돈을 걷고 다니면서 무조건 돈을 내야 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데 어떻게 강제성이 없겠느냐"며 "내가 3학년이 되도 그런 선물 안 해줘도 상관없으니 우리부터 돈을 걷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학교 측은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은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며 강제성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학생회에서 붙인 공고문 어디에도 이같은 내용은 없었다.
또 학생회 측은 선물을 사고 남는 돈을 다시 학생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기부에 사용한다고 공고문에 명시했지만 이에 대한 동의는 학생들에게 구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학생회는 2명을 제외한 1·2학년생들에게 2000원씩 걷어 수험생 선물을 준비했지만 어떤 용도로 돈을 사용했는지, 남은 돈은 얼마인지 등 사용처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는 담당 교사의 지도 아래 투명하게 돈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A학교 관계자는 "수험생을 위한 모금활동은 학교에서 동의한 것으로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학교라 학생회에서 선택을 최대한 존중해주고 있다"며 "돈을 강제로 걷는 것도 아니고 빼돌리는 것도 아니니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가 교육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비용을 학생들에게 내도록 강요하는 것은 위법이지만 학생회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도 "학생회의 자율성을 인정한다는 이유로 일반 학생의 자율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올바르지 않은 행위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