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故) 김주혁(45)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영화계는 깊은 슬픔에 잠겼다.
당초 잡혔던 시사회나 행사 일정들은 잇달아 취소·연기되고 있다. ‘미옥’ 측은 1일로 예정됐던 언론시사회와 이후 진행될 배우들의 인터뷰를 전면 연기했다. ‘침묵’ ‘부라더’ ‘반드시 잡는다’ ‘꾼’ 측도 홍보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특히 ‘침묵’의 제작사 용필름은 고인의 유작인 ‘독전’의 제작사이기도 해 더욱 침통한 분위기다.
선·후배 동료 배우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 ‘흐르는 강물처럼’(SBS·2002) ‘구암 허준’(MBC·2013)에서 고인과 호흡을 맞춘 고두심은 31일 진행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게는 친아들 같은 후배다. 작품 속에서도 모자지간이었고, 실제로 선친(고 김무생)과도 워낙 잘 아는 사이였다. 세상에 나와 할 일을 다 하지 못하고 가는 사람이라 더욱 더 마음이 아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공효진은 인스타그램에 “누군들 막고 피할 수 있을까. 인생은 참 아프구나”라고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정성화는 “형이 연기로 보여준 철학, 삶으로 보여준 배려와 가치를 더 깊이 아로새기며 살아가겠다”고 적었다. 오대환은 “나를 가득 채워주던 격려와 응원, 동료들을 챙기던 배려. 형은 그렇게 넉넉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애도했다.
이외에도 문성근 유아인 이기우 최희서 하준 등이 SNS 추모에 동참했다. 영화 ‘뷰티 인 사이드’의 백종열 감독과 예능 ‘1박2일-시즌3’(KBS2)을 연출한 유호진 PD는 고인과 함께 했던 촬영 당시 사진을 게재하는 것으로 긴 말을 대신했다.
영화 ‘청연’(2003)을 함께했던 한 촬영 스태프는 고인과의 추억 한 자락을 공유했다. ‘영화총각’이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남긴 그는 “겨울 제부도 현장 때 발을 다쳤는데, 주연배우 방에서 잠깐 쉬게 됐다. 잠결에 소리가 나서 깼는데 주연배우가 살며시 나가려다 ‘미안해. 좀 더 자’라며 매우 미안해했다. 내 기억 속 김주혁 배우는 그런 모습이었다”고 회상했다.
김주혁은 전날 오후 4시30분쯤 서울 삼성동 영동대로에서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오후 6시30분쯤 끝내 숨을 거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 직접사인은 사고로 인한 머리뼈 골절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한 결과는 일주일 정도 지난 뒤에 나온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일 오전 11시, 장지는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로리에 위치한 가족 납골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