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고] 나눔은 당연히 실천해야 하는 것

입력 2017-10-31 17:15
굿네이버스 키르기스스탄에 파견돼 봉사활동을 진행하며 극심한 빈곤으로 고통 받는 주민들을 많이 만났다. 봉사자로서 가장 두려운 일 중 하나는 내가 가진 빈곤에 대한 편견이다. 빈곤이 현지 주민들의 잘못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고, 그들이 부끄러워 할 일도 아닌데 내 편견과 감정으로 하여금 그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진 않을까 싶어서 두렵다. 지역주민들의 어려운 상황을 마주한 뒤 안쓰러운 마음이 가득한 내 눈을 그들에게 들킬까싶어 하염없이 미소를 짓기도 한다. 무엇보다 가장 두려웠던 것은 내가 그들을 '나의 도움이 필요한 불쌍한 존재'라고 생각해버리는 상황이었다. 1년이란 시간동안 봉사하겠다고 굳게 먹은 마음이 이런 ‘우월의식’에서 온 것이 아니었기에 결심했다. 그들은 조건 없이 도움 받아 마땅한 존재이고, 난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란 사실을 항시 기억하기로.



[청년기고] 나눔은 당연히 실천해야 하는 것
기고자 : 김송이 /  굿네이버스 키르기스스탄 장기 해외자원봉사단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매일이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 주민들을 만나는 연속이다 보니 익숙함에 필터링을 거치지 못한 나의 감정이 불쑥 올라올 때가 있다. 빈곤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삶을 이어가는 아이 '불쌍하다'라는 생각, 가엽게 여기는 마음 말이다. 반복되는 다짐과 실패 속에서 내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빈곤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우리는 왜 불쌍하다고 생각해서 안 되는 이유는 무얼까?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키르기스스탄에서 지역주민들과 교류하고, 굿네이버스에서 진행하는 사업으로 변화하는 마을을 바라보며 어느 정도 찾게 된 것 같다. 감정으로는 그들의 문제, 빈곤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순간 느낀 안타까운 감정으로 내민 손길은 그 역시 순간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감정은 우리에게 그 순간 후원을 결심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주긴 하지만 이후 빈곤이라는 문제에서 그들이 완전히 벗어나는데 우리가 기여하거나, 관심을 갖게 만들진 못한다.


나는 순간이 아닌 미래를 바꾸는 차원에서 나눔에 대한 결심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칫 우월의식에 빠질 수 있는 '불쌍하다'는 감정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결심도 나쁘지 않다. 이 결심들로 모여진 나눔의 손길은 결국 그 아이, 그 나라에 도움을 가져다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 나눔에 대한 결심이 더 선진화되었음 한다. 나눔이 극심한 빈곤에 빠져있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그 나라의 희망이자 지구촌의 미래라는 생각에서 출발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사회가 나눔을 시각적인 자극에서 출발하지 않고, 지구촌 일원으로서 당연히 동참해야하는 행동으로 인식함으로 시작하는 날이 빨리 다가오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오게 된 타지키스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눔을 실천하는 삶은 다짐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낀다. 그 다짐 아래 옳은 가치관과 깊은 철학이 있어야 했다. 잘 정립된 가치관과 철학은 내가 누군가를 돕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들을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기준이 될 것이다. 나눔을 왜 실천해야하냐고 묻는다면 이제 답할 수 있다. 빈곤에 처한 사람을 돕는 나눔의 실천, 그것은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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