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향기 품은 국산 밤의 맛을 즐기다

입력 2017-10-31 17:40

갈색의 단단한 갑옷 속에 달콤한 향기를 품은 국산 밤이 제철을 맞았다. 밤은 가을의 상징인데, 갈색을 뜻하는 다른 말 ‘밤색’이라는 표현이 익숙할 정도로 밤은 우리에게 친근한 먹거리이다. 밤은 예로부터 관혼상제에 필수적인 과실로 율자라고 불리었으며 다양한 고대 문헌에도 우리나라에서 좋은 밤이 산출된다고 기록되어 전해지고 있다. 고려 때에는 밤을 도기에 넣어 흙 속에 묻어두고 여름에도 먹었다고 하는데 우리의 선조들은 밤을 저장하여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 사용했다.

국산 밤은 국내에 유통되는 임산물 중에서 가장 많은 생산량을 차지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밤 생산국이다. 밤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재래종이 환경에 맞게 개량되어 수입산과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세계 일등 품질을 자랑한다. 국산 밤은 알이 굵고 껍질에 윤기가 반질반질 흐르며 육질이 좋고 단맛이 강하다. 반면, 수입산 밤은 알이 작고 껍질에 윤이 나지 않으며 모양이 일정하게 둥글다.

세계 시장에서 맛과 품질을 인정받는 국산 밤이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값싼 수입산에 밀려 외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수입산 밤은 냉동된 상태로 국내로 들어오면서 해동되어 가공공장과 식당 등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 육안으로는 수입산 밤과 국산 밤을 구분하는 게 쉽지 않은데 수입산은 국산에 비해 알이 작고 과육이 무르며 광택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수입산 깐밤은 유통기한을 길게 하려고 표백 처리된 경우들이 있는데 밤식빵, 밤떡, 맛밤, 통조림, 삼계탕 등의 재료로 사용되면 원산지 구분이 매우 어려워진다. 국내에서 생산된 국산 밤은 어떠한 화학적 처리도 하지 않으며 자연 그대로의 영양을 즐길 수 있어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이다. 맛있는 밤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윤기가 흐르는 국산 밤을 선택하고 필요할 때마다 껍질을 까서 식재료로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비타민C가 건피 과일 중에 가장 많이 들어있는 국산 밤은 단백질, 탄수화물, 비타민 A, B, C, 칼슘 등이 풍부하여 영양학적으로 완벽에 가깝다고 한다. 국산 밤에는 철, 나트륨 등 인체의 뼈와 피를 구성하는 무기질과 5대 영양소도 골고루 들어있다. 비타민C가 풍부한 생밤은 피부미용에 좋으며 피로해소 및 감기예방 등에 도움을 준다. 그리고 알코올의 산화를 도와주어 술안주로 곁들여 먹으면 숙취해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위장과 신장이 허약한 사람, 걷지 못하거나 식욕부진인 아이에게 밤을 회복식으로 처방했다. ‘신동의보감’을 보면 “밤은 기를 도와주고 장과 위를 든든하게 하며 신기를 보하며 배고프지 않게 한다”고 쓰여 있다. 최근 들어 밤의 영양 성분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필수 식품으로 권장되고 있는 추세이다.

밤전국협의회 오흥석 회장은 “국산 밤은 필수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하고 있어 천연 영양제로 불리기도 한다. 가을 보양식으로 국산 밤을 적극 추천했다”며, “제철을 맞아 가을 향기를 가득 머금은 국산 밤으로 환절기 건강도 챙기고 맛있는 밤 요리를 만들어 가을 식탁을 풍성하게 차려보자”고 권했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