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남편의 폭력’을 경험한 여성의 비율

입력 2017-10-31 16:59
사진=픽사베이

임신부 3명 중 1명이 배우자로부터 심리적, 육체적, 성적 폭력을 1번 이상 경험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 임신부 폭력과 관련된 조사결과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북대 간호과학연구소 연구팀(이성희 교수, 이은영 연구원)은 지난해 대구·경북지역 3곳의 산부인과 전문 병원을 찾은 250명의 임신부를 대상으로 임신 중 배우자 폭력 실태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전체 조사 대상자의 34%(85명)가 임신 기간에 배우자로부터 심리적, 육체적, 성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욕설 등으로 아내를 모욕하거나 주변 물건을 부수는 등의 심리적 폭력이 32.4%(81명)로 가장 많았다. 아내에게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밀치고, 어깨나 목 등을 움켜잡는 등의 신체적 폭력은 8.4%(21명)으로 집계됐다.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강제로 시도하는 등의 성적 폭력은 5.6%(14명)로 조사됐다. 배우자의 폭력으로 타박상과 골절 등의 상해를 입은 경우도 3.6%(9명)에 달했다.

배우자의 폭력은 임신부의 학력이 남편보다 상대적으로 높을수록 최대 7.1배까지 더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임신부 학력이 높을수록 배우자의 폭력행위를 인식하고 보고하는 경향이 강하고, 아내보다 남편의 학력이 낮거나 동등할 경우 남편이 폭력적 행위로 힘을 과시하는 가부장적 경향이 잘못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직업이 없는 임신부는 직업이 없는 경우보다 배우자 폭력이 최대 3.7배 더 많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직업이 없는 임신부는 남편에 대한 의존도가 커져 배우자의 폭력을 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성희 교수는 “국내에서는 여성가족부의 가정폭력실태조사를 통해 19세 이상 기혼 여성의 12%가 배우자 폭력을 경험했다는 통계치가 있을 뿐 임신부 대상의 폭력 실태조사는 전무했다”며 “임신부 스스로 해당 지역의 해바라기센터 등을 통해 상담과 법률 지원 등을 받는 방법이 있지만, 신고율이 저조한 만큼 간호사와 의사 등의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논문은 국제산부인과학회지 11월호에 발표됐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