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주혁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동료였던 방송 관계자 등은 SNS를 통해 애도했다. 대중은 특히 KBS2 ‘1박2일 시즌3’에서 아버지인 배우 고(故) 김무생씨를 그리던 모습을 기억하며 마음 아파했다.
김주혁은 김무생의 차남이다. 김무생은 2005년 향년 62세로 류마티스성 폐질환에 타계했다. 동국대에서 연극영화학을 전공한 뒤 연극배우로 활동했다. 이후 1963년 TBC에서 성우 1기로, 1969년 MBC 특채 탤런트로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드라마 ‘청춘의 덫’ ‘용의 눈물’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등 유명작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인기를 얻었다. 1997년에는 KBS연기대상 최우수 남자연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입증했다.
김무생은 1969년 ‘상해임시정부’의 단역으로 영화계에도 발을 들였다. 이후 1973년 ‘특공외인부대’을 시작으로 주연을 맡으며 충무로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사망한 2005년까지 주연과 조연을 넘나들며 꾸준한 연기활동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원로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아들이 연예계에 발을 들이는 것을 원치 않았다. 김주혁은 과거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김무생이 엄격한 아버지였음을 털어놓았다. ‘2세 연예인’이라는 수식어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 법인데, 김주혁이 원로배우의 2세라는 사실을 젊은층은 잘 알지 못했다. 바닥부터 차근차근 밟아온 그의 필모그래피와 예능을 통해 보인 소탈한 모습이 한몫 했다. 간혹 부자가 함께 광고 모델이 되긴 했지만 김주혁은 아버지의 후광을 바라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극부터 코미디까지 아우르는 연기력은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아버지를 따라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김주혁은 1997년 졸업 후 1년간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다. SBS TV 주말극 ‘흐린 날에 쓴 편지’의 단역으로 시작해 영화 ‘싱글즈’ 주연으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얼마 전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광식이 동생 광태’의 주연 ‘광식’역을 맡았던 그의 연기를 "따뜻한 로맨틱 코미디의 진수"라고 평가했다. 매일 주인공의 겉모습이 바뀌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선 많은 배우들이 주연 ‘우진’역을 맡았지만 특히나 김주혁의 연기에 호평이 쏟아졌다.
지난 27일 김주혁은 ‘더 서울어워즈’에서 20년 만에 처음으로 영화제 상을 수상했다. 그는 수상한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보며 “하늘에 계신 저희 부모님이 주시는 상 같다”라고 했다. 김주혁의 급작스러운 비보로 인해 예정됐던 영화 ‘침묵’ ‘부라더’ ‘내게 남은 사랑을’의 행사가 취소됐다. 가수들의 V라이브 일정도 대부분 취소됐다. 그는 비록 꽃을 다 피우진 못했지만 많은 향기와 슬픔을 대중에게 남겼다.
이담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