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故) 김주혁은 영화 ‘청연’과 ‘싱글즈’에서 장진영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공교롭게 장진영도 세상을 떠난 터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005년 개봉한 영화 ‘청연’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비행사 박경원(장진영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김주혁은 경원의 연인이자 비행학교 장교인 한지혁 역할로 출연했다. 장진영은 영화 개봉 3년 뒤인 2008년 9월 위암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하다 2009년 9월 37세에 세상을 떠났다.
자신을 ‘청연’의 스태프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30일 SNS에 김주혁과의 일화를 떠올리며 그와 장진영을 그리워했다. 그는 “2003년 겨울, ‘청연’ 제부도 촬영 현장에서 발을 다친 나를 제작실장이 주연배우가 쉬라고 잡아놓은 방으로 보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잠깐 누워있다가 가야지’ 했다가 잠이 들었고 잠결에 소리가 나서 깨보니 주연배우가 살며시 나가려다가 내가 깨자 ‘미안해 좀 더 자’라며 매우 미안해하며 나갔다”라고 적었다.
이어 “내 기억 속의 배우 김주혁은 그런 모습이었다”며 마지막 촬영 당시 찍은 김주혁과 장진영의 사진을 올렸다. “촬영 부천 세트장… 김주혁 배우의 마지막 촬영 날… 다신 볼 수 없는 두 배우”라는 설명을 덧붙인 그가 올린 사진 속 김주혁은 장진영과 함께 촬영을 마치고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있다.
영화 ‘청연’의 OST인 ‘서쪽하늘’ 역시 사연을 갖고 있다. 장진영과 같은 병으로 투병하다 2013년 세상을 떠난 그룹 울랄라세션 리더인 고 임윤택은 2011년 Mnet ‘슈퍼스타K3’ 출연 당시 이 노래를 불렀다.
당시 임윤택은 “나와 같은 상황이었던 장씨도 이 노래를 좋아했던 것으로 안다”며 “장씨는 암을 수술할 수 있었지만 배우로서 몸이 망가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나 역시 천상 무대에서 노래하는 사람이라 무대에만 올라가면 안 좋은 것들이 잊힌다”고 말했다.
앞서 2003년 영화 ‘싱글즈’에도 함께 출연한 이들은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다. 잘 나가는 증권맨 수헌역을 맞은 김주혁은 직장을 잃고 패밀리 레스토랑 매니저로 취업을 한 나난(장진영)에게 첫눈에 반해 교제한다. 이 작품으로 김주혁은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장진영은 현실적이고 독특한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