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나 좀 살려줘”…가족 대역까지 쓴 ‘교묘한’ 보이스피싱

입력 2017-10-31 14:07
사진=SBS뉴스 방송캡처

가족을 납치했다며 미리 입을 맞춘 대역과 직접 목소리 연기를 해 들려주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늘어나 문제로 떠올랐다. SBS는 며칠 전 여동생을 데리고 있다며 돈을 요구하는 남성의 전화를 받았다는 조명형씨의 경험을 30일 전했다.

조씨는 발신 번호가 국제전화로 찍혀 걸려온 전화 속 남성에게 “여동생을 데리고 있으니 돈을 준비하라”는 말을 들었다. 남성은 “아저씨 지금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 죽고 싶어?”라며 “지금 돈을 준비할 수 있느냐”고 다그쳤다. 깜짝 놀란 조씨는 “그래도 동생이 좀 괜찮은지 봐야 할 것 아니냐”며 동생을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사진=SBS뉴스 방송캡처

조씨의 요구에 남성은 누군가에게 “야, 야. 데리고 와봐. 울지 말고 제대로 얘기해. 돈 얘기를 해”라고 말하며 한 여성을 바꿨다. 전화를 넘겨받은 여성은 “오빠, 오빠, 오빠”라며 “다리가 아파, 오빠 나 무서워. 좀 살려달라”고 울먹였다.

이어 다시 등장한 남성은 “지금 필요한 금액은 2만불”이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칼 들고 와” “소리 좀 들려줘야겠어” 등의 말을 하며 동생을 위협하는 척했다.

조씨는 전화를 끊고 캐나다에 거주 중인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여동생과의 통화가 이뤄졌고 조씨는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조씨는 “전화 속 여동생의 목소리가 이상하긴 했지만, 동생을 해치겠다고 하는 통에 상황을 판단하기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최근 3년간 보이스피싱, 피싱, 파밍 등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액이 54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기통신금융사기 특별법’을 개정하며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전화번호 이용 중지 제도가 도입됐고, 대포통장 과다 발생 금융회사에 대한 개선계획 제출 명령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그 피해가 여전히 극심하고 수법까지 교묘히 발전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