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칼날 다시 향한 조윤선, ‘국정원 특활비’에 또 구속위기

입력 2017-10-31 13:38

박근혜정부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국정원 간부들에게 거액을 상납받아온 정황을 포착해 검찰이 ‘문고리 3인방’의 일원인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제2부속비서관을 전격 체포했다. 같은 혐의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가 1심에서 위증 혐의만 빼고 모두 무죄가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그러나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수사선상에 올랐고, 이번에는 국정원 자금을 활동비 명목으로 전달받은 혐의까지 받게 돼 다시 한 번 구속될 위기에 몰렸다. 조 전 수석을 비롯한 관련자 전원이 출국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이 박근혜정부 청와대에 매년 수십억원대 특수활동비를 건넨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매년 특활비 수십억원이 청와대에 건네졌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근혜정부 청와대 핵심실세였던 이·안 전 비서관이 국정원 특활비 상납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공무원이었던 이들이 업무와 관련해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뇌물수수에 해당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들 뿐 아니라 조 전 수석도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뇌물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와 오전 10쯤 각각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압송된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은 취재진에게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짧게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두 사람을 상대로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경위와 용처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이들이 받은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였던 이들이 국민 세금인 국정원 특활비를 활용해 모종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구속기간이 연장된 박 전 대통령 재판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압수수색을 당한 박근혜정부 국정원장 3명은 국정원 예산 수십억원을 현금화해 직접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과거 국정원의 정치공작 행태에 대한 수사가 국가 예산을 빼돌린 국고 횡령 및 국정원의 뇌물 제공 수사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특히 검찰이 박근혜정부 4년간 국정원장을 지낸 3명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은 국정원의 상납 행태가 단발적이지 않고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꼬리표가 없는 특수활동비를 현금화해 직접 정권 실세들을 만나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만간 조 전 수석과 전직 국정원장 3명 모두 검찰에 소환될 전망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