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심 “아들 같은 故김주혁, 할일 다 못하고 가” 눈물

입력 2017-10-31 13:32 수정 2017-10-31 13:38
영화 '채비' 속 고두심(왼쪽) 모습과 고(故) 김주혁. 오퍼스픽쳐스, 나무엑터스 제공

배우 고두심(66)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배 고(故) 김주혁(45)에 대한 애통한 심경을 전했다.

고두심은 영화 ‘채비’에서 호흡을 맞춘 김성균과 함께 3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참석했다. 전날 전해진 김주혁 관련 비보로 취소 여부를 고려했으나 일반 홍보 행사가 아닌 여러 매체와 약속된 인터뷰였기에 예정대로 진행됐다. 초반 분위기는 다소 침체돼 있을 수밖에 없었다.

김성균은 “마음이 무거운 날이다. 오늘 인터뷰를 하는 게 맞나 영화사 측과 긴 대화를 나눴는데 이미 약속된 자리라서 취소하기 어려웠다”며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좋아하는 선배였다. 너무 놀랐다. 마음이 많이 안 좋다”고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고두심 역시 착찹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그는 “나와는 드라마도 같이 했었다. (김주혁이) 제 아들로 나왔다”면서 “내게는 아들 같은 기분이다. 선친(고 김무생)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항상 아들처럼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어휴, 그 젊은 나이에”라고 짧게 탄식한 고두심은 “어제 밤에 비보를 듣고 너무 놀랐다. 심근경색이라는 지병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빈소에) 가서 자세히 들어봐야 알겠지만 사고 당시 가슴을 부여잡았다고 하니까 순간 쇼크가 와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고 얘기했다.

이어 “세상에 나와서 할 일 다 하지 못하고 가는 사람이라 더욱 더 마음이 아프다. 아직 장가도 안 가지 않았나. 그 친구 진짜…”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는 감정이 북받쳐 터져 나오는 눈물을 애써 삼켰다.

고두심은 “배우들이 사실 그런 병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폐쇄적인 사람들이 아닌가. (대인)기피증이 조금씩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심한 편이다. 촬영 외에는 대문 밖에 나가기 싫어한다. 그렇게 오래 살아왔는데, 배우로서는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버거울 때가 있을 것이다. 그 친구도 그런 것이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주혁은 전날 오후 4시30분쯤 차량이 전복되는 교통사고를 당한 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고 두 시간여 만에 끝내 숨을 거뒀다.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심근경색이 의심된다는 경찰 소견이 나왔으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일정과 장소가 조율되는 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채비’는 간만에 극장가에 찾아온 따뜻하고 착한 영화다. 말기암 판정을 받은 엄마 애순(고두심)이 나이 서른에 일곱 살의 지능을 가지고 살아가는 지적장애인 아들 인규(김성균)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이야기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