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인사’ 왜 이리 어렵나… 靑이 꼽은 두 요인

입력 2017-10-31 08:43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6일 여의도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정부가 출범 6개월이 다 되도록 내각 구성을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장관 인사로 중소벤처기업부에 홍종학 후보자를 지명했지만 편법 증여 논란이 불거져 인사청문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 상황을 감안해도 너무 늦은 데다 번번이 부실검증 문제가 제기돼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청와대는 이렇게 된 배경에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본다. ①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부재와 ②문재인정부에 기대하는 높은 도덕성 기준이 ‘만사(萬事)’라는 ‘인사(人事)’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31일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75일째 되는 날로, 역대 정부 가운데 1기 조각에 가장 긴 시간이 걸렸던 김대중 정부 때의 175일과 같은 시점이 됐다. 이날까지 조각을 완료하지 못하면서 역대 최장 1기 조각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 홍종학 ‘쪼개기 증여’ 논란

홍 후보자의 경우 ‘쪼개기 증여’가 도마에 올랐다. 2014~2016년 홍 후보자 장모 소유의 아파트, 상가, 건물 등을 홍 후보자 내외와 중학생 딸이 지분을 쪼개 증여받았다. 세금을 피하기 위한 편법 증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분 증여 상황은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에서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재산의 경우 공식 자료가 존재하는 만큼 검증 과정에서 다 봤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추천위는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재산 상황 등 기본적인 검증 자료를 받아 진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추위가 복수 후보자를 추리면 민정수석실이 정밀검증에 착수한다.

청와대는 홍 후보자의 재산 증식이 탈세나 편법 증여와는 무관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쪼개기 증여’가 아니라 정상적 절세 방식인 ‘분할 증여’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홍 후보자의 재산 증식은 절세와 탈세의 경계에 있는 문제”라며 “탈세가 아니라는 점을 후보자가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홍 후보자는 의원 시절 딸의 경우처럼 조부모가 손주에게 바로 증여하는 ‘격세 증여’를 비판하면서 과세를 강화하는 법안도 발의했었다. 박성진 전 후보자에 이어 홍 후보자까지 낙마할 경우 정부의 내각 인선이 연내에 완료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인수위 빈자리… 높은 도덕성 기준

청와대는 잇따른 인사 부실검증 논란의 원인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부재와 높은 도덕성 기준을 꼽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수위가 없어 인사 풀을 정상적인 절차로 갖출 수 없었다. 또 문재인정부에 요구하는 인사의 도덕적 기준이 매우 높다”면서 “출발 단계부터 검증에 과부하가 걸리며 ‘교통 정체’가 불가항력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밝혔던 고위공직자 인사 배제 5대 원칙 역시 인사 범위를 제약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5개월이 지난 터라 ‘인수위가 없어서 그렇다’는 말은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도 문제다. 12월에는 황찬현 감사원장이, 내년 1월에는 김용덕·박보영 대법관이 퇴임한다. 후임자는 모두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국회가 경색될 경우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같은 ‘국회 트라우마’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1급 고위공무원, 주요 공기업·공공기관장 인사도 줄줄이 밀려 있어 인사 잡음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 인사청문회 ‘예고편’이 된 국감

홍 후보자 논란이 커지면서 지난 30일 열린 국회 중소벤처기업부 종합 국정감사는 사전 인사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장관이 임명되기 전이라 최수규 차관이 홍 후보자 자격 논란에 대한 의원들의 집중 포화를 대신 감당해야 했다.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은 당시 중기부 국감에서 최수규 차관에게 중기부 내 인사공백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번에 (후보자가) 된 분도 (박성진 초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인사청문회) 통과가 안 될 것 같다. 안 되면 어떻게 할 거냐"면서 "홍 후보라는 분, 지금 나오는 언론(기준)에는 맞지 않는 분 아니냐. 명문대 나와야 소양이 있다(고 하는데), 중소·벤처업계 어려운 분들 중에 명문대 나온 분들 몇 프로나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도 홍 후보자의 배우자로부터 중학생인 딸이 돈을 빌려 그 돈으로 증여세를 납부했다는 의혹을 들어 최 차관에게 "금전소비대차계약 해봤나. 위증하면 안된다. 가족 간에 해봤느냐"고 질의했다.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4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야당 원내대표들은 일제히 새 정부의 인사 참사를 질타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