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선대본부장을 지낸 폴 매너포트(68)가 기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후보시절 외교정책자문을 맡은 조지 파파도폴로스(30)와 매너포트의 오랜 사업 파트너인 릭 게이츠(61)도 함께 기소됐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지난 5월 러시아 게이트 수사에 착수한 이후 관련자들을 기소한 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대선 캠프 핵심 측근들의 기소로 집권 후 최대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첫 아시아 순방을 앞둔 시점에 악재가 터져 그의 외교활동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뮬러 특검은 3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매너포트와 게이츠는 워싱턴DC 연방대배심에 의해 지난 27일 기소됐다”며 “이들에 적용된 혐의는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공모와 돈세탁 공모, 불법로비 활동, 거짓 진술, 외국은행계정의 신고 부정 등 12개”라고 밝혔다.
두 사람의 혐의는 대부분 대선 캠프에 가담하기 전 활동과 관련돼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커넥션을 직접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뮬러 특검이 최종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져 한동안 잠잠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매너포트가 캠프에 참여하기 수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며 “러시아와 결탁한 일이 없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왜 사기꾼 힐러리와 민주당은 수사의 초점이 아닌가”라며 반발했다.
새라 샌더스 허커비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이들의 기소가 트럼프 선거운동과는 무관하다”며 “수사가 조만간 종료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기소된 3인방 중 한 명인 파파도폴로스는 대선 기간에 러시아 정부 측과 접촉을 갖고 부적절한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나 추가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는 공화당 경선 기간인 2016년 4월 러시아 정부 측 인사로부터 ‘러시아 정부가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공격할 것’이라는 귀띔을 받았다. 이후 파파도폴로스는 자신이 러시아 정부측과 지속적으로 접촉했으며 이런 자신의 활동을 트럼프 캠프에 지속적으로 알렸다. 뮬러 특검팀이 확보한 이메일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 후보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만남을 성사시키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파파도폴로스는 지난 7월 체포된 뒤 조사를 받고 유죄를 인정했다.
매너포트는 지난 7월 26일 강제수색영장을 발부받은 특검팀으로부터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의 집을 예고없이 압수수색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는 이미 지난 8월 뮬러 특검이 자신을 기소할 의도가 있다는 걸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매너포트는 지난해 6월부터 2개월 간 트럼프 캠프의 선대본부장을 맡았지만 그 전부터 러시아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위해 수천만 달러를 받고 로비활동을 해 와 진작부터 당국의 수사를 받았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2014년 해외정보감시 법원으로부터 감청영장을 발부받아 매너포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해왔다고 LA타임스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8%로 취임 이후 가장 낮았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