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야구’ 결실을 맺다… KIA,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입력 2017-10-30 22:45 수정 2017-10-30 23:57
KIA 타이거즈의 이범호(오른쪽)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3회초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만루포를 쏘아 올린 뒤 포효하고 있다. 뉴시스

KIA 타이거즈가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최정상에 서며 2017 한국프로야구(KBO) 왕좌를 거머쥐었다.

KIA는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5차전에서 7대 6으로 승리했다. 1차전을 내준 KIA는 2~5차전에서 연승을 장식하는 저력을 발휘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009년 이후 8년 만의 우승이다. KIA는 올 시즌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통합우승을 달성하는 기쁨을 만끽했다.

KIA는 ‘동행 야구’를 표방하는 김기태 감독의 믿음 리더십, 그리고 올해를 우승의 적기로 판단한 구단의 과감한 외부 영입 등이 결실을 맺었다. 김 감독은 KIA 선수들이 부진에 빠질 때마다 믿고 기다려줬다.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와 김주찬은 시즌 초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두 선수는 4월 타율이 각각 0.255, 0.186로 기대 이하였다. 그러나 김 감독이 꾸준히 출전 기회를 부여한 끝에 정규시즌 타율을 0.320, 0.309로 끌어 올렸다. 특히 버나디나는 한국시리즈에서 5할 이상의 타율로 KIA 타선을 이끌었다.

김 감독의 기다림은 한국시리즈에서도 계속 됐다. 베테랑 이범호는 4차전까지 타율 0.083로 부진했다. 하지만 그는 꾸준히 선발로 나섰고, 이날 최종 5차전에서 3회초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결정적인 만루포를 때려냈다.

공격적인 외부 영입을 통한 전력 보강도 주효했다. 지난 4월 SK 와이번스와의 4대 4 트레이드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이적생’ 이명기와 김민식은 KIA에 온 뒤 주전 리드오프와 안방마님으로 우뚝 서며 전력의 핵심이 됐다.

정규시즌이 한창이던 지난 7월 KIA는 불펜이 흔들리자 지난해 ‘구원왕’ 김세현을 영입해 뒷문을 보강했다. 정규시즌 1승 5패 18세이브를 기록한 김세현은 한국시리즈에서 3⅔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 2개를 수확했다.

4년 총액 100억원에 데려온 자유계약선수(FA) 최형우는 4번 타자로 자리 잡아 KIA 중심 타선의 무게를 더했다. 최형우는 정규시즌 타율 0.342 176안타 26홈런 120타점으로 활약했다.

원투펀치의 활약도 빛났다.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은 나란히 정규시즌 20승 투수 반열에 올랐다. 특히 양현종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완봉승, 5차전에서 세이브를 챙기며 에이스임을 입증했고,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한국시리즈 3연패에 도전했던 두산은 아쉽게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디펜딩 챔피언 두산의 뒷심은 대단했다. 이날 두산은 0-7로 뒤지다 7회말에만 6점을 뽑아내며 KIA를 맹추격했다. 하지만 경기 초반 내준 점수 차를 극복하지 못해 결국 홈에서 가을야구를 마쳤다.

두산은 지난해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올라 통합우승을 거뒀다. 그러나 올해는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탓에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두산 투수들은 3주간 휴식을 취한 KIA 마운드보다 힘에서 밀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