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이 부친 살해범 ‘계획범죄’ 정황 속속 발견… ‘고급 주택’ 검색

입력 2017-10-30 16:35
(사진=뉴시스) 피해자 윤씨의 집(왼쪽 흰색 건물)과 주차장, 피의자가 공사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신축중인 건물(오른쪽).

'윤송이 부친' 살해 피의자 허모(41)씨가 범행 전에 ‘수갑’ ‘핸드폰 위치추적’을, 범행 직후에는 ‘살인’ ‘사건사고’를 인터넷에서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당일에도 세 차례에 걸쳐 범행 장소인 마을을 오간 데다 '횟집 칼'을 미리 준비한 터여서 우발적 범행이 아닌 계획적 살인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허씨는 횟집 칼을 준비한 경위에 대해 “횟집에서 훔친 칼이 차에 있어서 그걸로 범행했는데 언제 어디서 훔친 건진 기억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사전에 갖고 있던 흉기를 범행에 이용했다는 진술이어서 계획된 범행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횟집 칼을 훔친 장소는 명확히 밝히지 않아 경찰은 진술의 신빙성도 따져보고 있다.

경기 양평경찰서는 30일 허씨 휴대전화의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그가 범행 나흘 전인 지난 21일부터 범행 직전까지 휴대전화로 ‘가스총’ ‘고급주택’ ‘수갑’ ‘핸드폰 위치추적’ 등의 단어를 검색했다고 밝혔다. 범행 직후에는 ‘살인’ ‘사건사고’ 등을 검색했다.

이에 ‘고급 주택’을 검색한 허씨가 부유층을 상대로 범행을 준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또 상대를 제압할 때 쓰는 가스총이나 수갑을 검색해 살인까지는 염두에 두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허씨는 8000만원의 채무 탓에 월 200만∼300만원의 이자를 내고 있었다.


‘핸드폰 위치추적’을 검색한 허씨는 범행 당일 휴대전화를 끄고 움직였다. 범행 전날인 24일 10여건의 업무 관련 전화를 걸었으나 25일 통화내역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경찰은 “허씨의 진술대로 주택을 둘러보러 양평 현장에 왔다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거나 메모를 하는 등의 근거가 남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3시부터 범행 직전인 오후7시까지 세 차례에 걸쳐 윤씨가 거주하는 마을을 오갔던 허씨의 차량 블랙박스 역시 19일 이후 작동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만든 것인지, 고장 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허씨가 강도 범행을 위해 현장을 찾았다가 벤츠를 몰고 귀가하는 윤모(68·엔씨소프트 윤송이 사장 부친)씨와 마주치자 금품을 빼앗으려 몸싸움을 벌였고, 살인으로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허씨는 지난 25일 오후 7시 30분에서 오후 8시 50분 사이 경기도 양평군 윤모(68)씨 자택 부근에서 윤씨를 흉기로 3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허씨는 “부동산 일을 보러 양평 현장에 갔다가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라고 진술한 뒤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