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30일 국정감사 보이콧을 철회하고 국감에 전면 복귀했다. 지난 26일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에 반발, 보이콧을 시작한 지 나흘 만이다. 한국당은 복장과 팻말 등을 사용해 다양한 방식의 원내 투쟁을 지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 ‘빈손 유턴’ ‘전략 부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당은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정우택 원내대표가 제안한 국감 복귀를 추인했다. 정 원내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부터 국감에 들어가서 강력한 원내투쟁을 통해 국감을 원만하게 마무리 짓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의원들에게 즉각적인 국감 복귀를 제안했다.
한국당이 나흘 만에 국감 보이콧을 철회한 것은 보이콧이 여러 측면에서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미 국감이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다음달 예산 국회와 인사청문 정국이 시작되는 만큼 원내에서 투쟁하는 방안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11월 1일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과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설에 불참할 경우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국당 원내 관계자는 “어쨌든 제1야당의 국감 보이콧으로 문재인정부 방송장악 시도의 시급성을 부각했으니 이 정도면 국감에 복귀해도 되겠다는 일종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원내 지도부가 성급하게 보이콧을 결정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의원은 “나흘 만에 철회할 것 같았으면 애초 보이콧을 안 하는 게 나았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한국당은 걸핏하면 보이콧하는 정당’ 이미지만 심어줬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도 논평을 내고 “애초에 하지를 말거나, 시작했으면 끝을 보거나 (했어야 했다)”며 “한국당이 양떼 목장의 늑대 신세가 될까 우려스럽다”고 한국당의 보이콧 철회를 비꼬았다.
한국당은 원내에 복귀하면서도 문재인정부의 방송장악에 항의하기 위한 투쟁을 이어갔다. 한국당 의원들은 ‘방송장악으로 공영방송이 사실상 사망했다’는 의미의 검은색 정장과 넥타이를 착용했다. 또 각 상임위 국감장에 설치된 소속 의원 노트북에 ‘민주주의 유린 방송장악 저지' 문구가 적힌 종이를 부착하고, 국감 질의를 시작할 때에도 공영방송 장악 등에 대한 비판을 언급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대여(對與) 투쟁 명분으로 삼은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에 대한 여론은 한국당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27일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방통위의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불공정한 방송 정상화’라는 응답이 55.6%로 나타났다. 한국당이 주장해온 ‘정부·여당의 방송장악’이라고 보는 의견은 절반 수준인 26.8%에 그쳤다. 조사의 신뢰도는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 4.4%포인트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