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학의 아내 최모(32)씨가 추락한 지점을 근거로 경찰은 그동안 최씨가 딸의 방 창문을 통해 투신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CCTV 분석 결과 최씨는 해당 창문에서 투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타살·자살 방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씨의 집에는 3개의 창문이 있다. 딸 방의 창문, 그 옆 화장실 창문, 그리고 안방 창문이 있다. 경찰은 이씨가 투신한 창문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옥상 CCTV를 확인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옥상 CCTV가 딸의 방 창문이 보이도록 설치돼 있다”며 “최씨의 추락 장면을 비추는 CCTV 장면을 분석했는데 최씨가 딸의 창문에서 떨어지는 장면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영학은 그동안 아내 최씨가 자택 화장실 창문을 통해 투신했다고 진술하며 “제 아내의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십시오”라고 호소해왔다. 최씨 사망 당시 경찰은 투신 지점과의 각도 차이 등을 근거로 최씨가 화장실이 아닌 딸의 방 창문에서 투신 사망했다고 추정했다. 이영학이 주장한 화장실 창문은 투신 지점과 상당한 거리가 있고 최씨가 추락한 땅바닥을 기준으로 딸의 방 창문은 그 수직선상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김정훈 서울경찰청장은 “이 사건은 아직 종결이 안됐다. 관련자와 이씨의 딸, 변사자의 지인 등을 상대로 자살인지 타살인지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살의 경우에도 사주나 방조는 처벌할 수 있다. 이 부분에 해당되는지 계속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