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앞둔 이동국, 러시아행 불발?… 신태용 “아름답게 보내줄 때”

입력 2017-10-30 15:12
이동국이 29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개인 통산 200호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뉴시스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베테랑 스트라이커 이동국(전북)에 대해 “아름답게 보내줄 때”라고 말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 차출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불혹을 앞둔 이동국이 국가대표로 활동한 기간은 20년이다.

신 감독은 3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달 A매치데이 2연전에 출전할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에 이동국의 이름은 없었다. 이동국은 전날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3대 0으로 격파한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홈경기에서 개인 통산 200골을 넣었다. 꾸준한 득점 감각을 뽐냈지만 신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신 감독 역시 이동국의 기량을 의심하지 않았다. 다만 이동국이 은퇴를 고려할 나이에 엉뚱한 비난 여론에 휘말릴 수 있는 점을 걱정했다. 이동국을 ‘영웅’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신 감독은 “이동국이 200골을 넣은 한국 축구의 영웅이다. 하지만 A매치 2연전에서 기회를 놓쳐 골을 넣지 못하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 이제 아름답게 보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11월 A매치데이 2연전에 출전할 선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동국은 1998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혜성처럼 등장했다. 월드컵 본선 개막을 앞둔 그해 5월 16일 자메이카와 친선경기에서 후반 34분 황선홍(현 FC서울 감독)과 교체 투입돼 생애 첫 A매치 데뷔전을 소화했다. 월드컵 본선에도 출전했다. 당시 이동국은 19세였다. 이동국은 올해까지 20년 동안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놓고 우즈베키스탄 원정을 떠났던 지난달 6일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0차전에도 출전했다.

이동국은 당시 득점하지 못했지만 리그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리그 폐막을 2경기 앞둔 36라운드까지 28경기를 소화해 8득점 5도움을 기록 중이다. 리그 득점 부문 17위다. 전북은 이미 우승을 확정했다. 한국 나이로 내년 40세가 되는 연령을 감안하면 이동국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이동국의 나이와 신 감독의 발언을 종합하면 앞으로 이동국의 대표팀 차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러시아행도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

신 감독은 이동국을 대신해 이정협(부산)을 새롭게 차출했다. 지난 3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전 이후 7개월 만이다. 신 감독이 대표팀 지휘권을 잡은 뒤로는 처음이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A매치데이 기간인 다음달 10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콜롬비아, 같은 달 14일 오후 8시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세르비아와 각각 친선경기를 갖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