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2018)’ 출간 기념 간담회
“2018년에도 소비심리 위축 계속될 듯”
“원대한 행복보다 소박하고 평범한 행복 추구”
“내년에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환경은 개선될 전망이지만, 가계부채·가계소득·물가 등 소비와 관련된 지표는 호전된 게 없습니다.”
김난도(54)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30일 서울 광화문의 한 한정식집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2018)(미래의창)’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내년에도 일반 국민의 소비 심리가 위축될 전망이라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가계부채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자영업자의 부채 문제도 심각하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연말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금리가 오르면 바로 소비의 감소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금리가 얼마나 빨리 오르게 될지가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라며 “북핵을 두고 북한, 트럼프 행정부, 중국·일본의 일진일퇴로 인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정치적인 갈등도 계속 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해마다 다음 해의 소비트렌드 전망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의 방향타를 제시한 ‘트렌드 코리아’는 올해 발간 10주년을 맞이했다. ‘트렌드 코리아 2018’은 도서 발간 10년, 키워드 발표 12년을 기념하는 특별판이다.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18년 트렌드 키워드를 ‘WAG THE DOGS’로 선정했다. 웩더독이란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의 숙어적 표현이다.
김 교수는 “말 그대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거세지고 있다”며 “증권시장에서 파생상품 같은 게 시장을 흔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이어리때문에 특정 커피숍 도장을 받으러 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사은품이 본 상품보다 더 주목을 받고 있다. 1인 방송을 주류 매체보다 더 많이 보고, 대중매체보다 SNS에 올라온 소식에 사람들이 많이 반응하고, TV뉴스보다 카드뉴스에 더 반응한다.”
2018년 10가지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What’s Your ‘Small but Certain Happiness’?(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 ▲Added Satisfaction to Value for Money: ‘Placebo Consumption(가성비에 가심비를 더하다: '플라시보 소비') ▲Generation ‘Work-Life-Balance’(워라밸 세대) ▲Technology of ‘Untact’(사람이 필요 없는 언택트 기술) ▲Hide Away in Your Querencia(케렌시아, 나만이 알고 있는 아늑한 휴식 공간 ) ▲Everything-as-a-Service(만물의 서비스화)▲Days of ‘Cutocracy’(매력, 자본이 되다) ▲One’s True Colors, ‘Meaning Out’(신념의 소비, 미닝아웃) ▲Gig-Relationship, Alt-Family (소수와 오랫동안 깊은 관계 맺기보다는 다수와 짧게 얕은 관계를 맺는 것을 선호) ▲Shouting Out Self-esteem 세상의 주변에서 나를 외치다
김 교수는 키워드 선정 배경으로 사람들이 평범하고 소박한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을 꼽았다.
“옛날에는 다같이 못살고 힘들었지만 내년에는 월급도 오르고 뭔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희망이 옅어진 것 것 같다. 그래서 헬조선, 금수저 등의 신조어가 생겼고 사람들이 힘들어한다. 현재의 행복을 중요시하고, 작은 행복을 추구한다. 편의점에서 샐러드와 수입맥주를 사놓고 즐거워한다.”
또 내년도 키워드에서 주목 대상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 새로운 ‘직딩’이 2018년 가장 강력한 인플루언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의 원자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타인과의 관계보다 스스로의 삶을 더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중요시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직딩’이 출현하고 있다. 이들에게 칼퇴는 기본, 취직은 ‘퇴직 준비’와 동의어이며, 직장 생활은 더 소중한 취미 생활을 이어나가기 위한 방편이다. 조직 문화의 발전과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새로운 가치관으로 무장한 이 신세대 직장인, ‘워라밸’ 세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수다.”
특히 이번 10주년 특별판에서는 지난 12년 동안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끈 주요 동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 가운데 9가지 메가트렌드를 도출해 담았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트렌드가 일정 범위의 소비자들이 일전 기간 동조하는 변화된 소비가치를 의미한다면, 메가트렌드는 ‘사회 대다수 사람들이 동조하며 10년 이상 지속되는 경향’을 뜻한다”며 “어떤 현상이 단순히 한 영역의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한 공동체의 사회·경제·문화적인 거시적 변모를 수반할 때 우리는 그것을 ‘메가트렌드’라고 부를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 사회의 커다란 흐름으로 자리 잡은 메가트렌드 9가지는 다음과 같다. ▲Monetary Value(개인화와 정보 환경의 변화로 가치소비 확대) ▲Experience(소유에서 경험으로) ▲Get Now-and-here(지금 이 순간, 여기 가까이-이자율과 자산 가격의 하락, 불투명한 미래에 대응하는 소비) ▲Active Consumers(능동적으로 변하는 소비자들) ▲Trust(신뢰를 찾아서-과잉근심, 각자도생의 시대, 미숙한 정부의 대처도 한몫) ▲Responsible Consumption(과시의 대상이 '부'에서 '개념'으로 바뀌다) ▲Evolution of the Sharing Economy(공유경제로의 진화)▲No Stereotypes(개성 앞에 금기는 없다,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득세)▲Discord between Competition and Relaxation(치열한 경쟁과 안락한 휴식).
김 교수는 “희망이 상실된 시대”라며 “스포츠 빅 이벤트인 평창동계올림픽과 러시아월드컵이 내년에 있지만 예전처럼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40년간 대한민국 경제 성장 그래프를 보고 대한민국 소비자들 마음 속에 있는 한가지 키워드를 꼽으라고 하면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옅어졌다’고 말할 수 있겠다”고 했다.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지겠다는 희망을 갖기가 어려운 배경에는 여러가지 사회적 갈등이나 낮은 취업률 등의 원인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의 핵심은 갈수록 열어지는 인간관계에 있어요. 가장 확실한 관계 맺기라고 여겨지는 결혼조차 흔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혼은 물론이고 해혼, 졸혼이 유행하고 2040년쯤이면 결혼제도 자체가 소멸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어요. 이제 관계 이후의 관계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