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한국농수산대학 재학생들이 현장실습 과정에서 농장주로부터 인권유린과 장시간 노동착취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김종회 의원은 30일 국감 자료에서 “대통령령과 한국농수산대학 설치법을 근거로 설립된 농수산대학은 지난 2009년 학교명칭을 한국농업대학에서 현재 교명으로 바꾸고 그 소속을 농촌진흥청에서 농림수산식품부로 변경했다”며 “농수산대 재학생들이 장기현장실습 과정에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노동력을 착취 당했다면 장관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10~12개월간 실시하는 장기 현장실습 교육에는 33억9800만원의 국가예산이 투입된다.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농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제보를 바탕으로 ▲에어컨조차 없는 방에서 한 여름 찜통더위 생활하기 ▲농장주의 폭언 등 인권유린 ▲학과목과 무관한 농장주의 노동력 착취 ▲규정을 무시한 채 진행되는 실습교육 등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문제제기 이후 학교 당국은 지난 16~26일까지 실습에 투입된 전체 학생들을 상대로 인권 침해 여부 및 현장 실습장 내 숙박시설 운영 실태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17.7%에 달하는 36곳 실습장의 주거 환경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203개소의 실습장 가운데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34곳(16.7%)에 달했다. 특히 2곳(1%)은 에어컨조차 없는 창고형 컨테이너 박스를 학생들의 숙소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장주의 폭언과 장시간 노동 강요, 학과목과 무관한 농사일 지시 등 인권유린과 노동력 착취행위도 24건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농장에서 2건 이상의 문제행위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지만 203개소의 작업장 대비 인권유린 및 노동력 착취 행위는 무려 11.8%에 달하는 셈이다.
구체적인 사례로 ▲농번기에 열흘정도 아침 7시~밤 10시까지 15시간의 장시간 노동 실시 ▲화훼농장에 투입된 학생이 사장 부인 및 과장의 폭언과 멸시를 받았고 학과목과 무관하게 농장주가 운영하는 식당에 재료 조달 등 잡일 대행 ▲가축농장으로 실습나간 학생이 감자 파종 및 수확 등의 문제점이 제기됐다.
김 의원은 “실습나간 여학생의 의의 제기에도 불구하고 농장주는 ‘애기’라고 호칭하고 일과시간이 끝난 뒤 숙소를 지켜보는 등 상식 밖의 언행을 일삼았지만 학교는 농장주를 두둔하는 듯한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당국은 결과 보고서에서 ‘현장교수, 즉 농장주는 실습생이 딸같이 생각되어 낯선 곳에서 혹여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음. (중략)학생에 대한 호칭은 현재 실습중인 학생에게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다른 의도 보다는 언어적 습관 정도로 판단’이라고 표현했다.
김 의원은 “이번 실태 조사는 농장주 봐주기 조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학생 인권 유린 및 노동력 착취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과 함께 농식품부의 직접 조사 및 진상조사 책임자에 대한 처벌, 대학 총장의 공식 사과 등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