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타페 급발진 유족 “청와대 청원 '서명' 도와달라” 호소

입력 2017-10-30 11:39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홈페이지에 지난해 부산에서 발생한 산타페 급발진 사고 재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 27일 올라온 청원의 글에서 글쓴이는 “오늘 (SBS에서) 방송 된 내용보고 너무 화가 나서 처음으로 글써봅니다 국과수도 무능하고 현대의 안일한대응 결함은 인정하는데 큰 문제는 아니라는 현대관계자들보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작은 부품하나의 결함으로 가족 전체를 잃어버린 장인과 사위 보는데 정말 너무 슬프더군요. 결함을 이미 알고 있었고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로 진행함으로서 자사의 이득만을 고려한 현대자동차의 태도는 정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임의 자괴감이 들었다”고 적었다.


이 청원 글에는 30일 현재까지 2700여명의 네티즌이 참여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는 ‘멈추지 않았던 그 날의 질주, 사고의 진짜 원인은 과연 무엇인가’편이 전파를 탔다.

한무상(65세)씨는 지난해 8월 2일, 아내와 딸, 그리고 외손자 둘을 데리고 바닷가에 나들이를 가고 있었다. 손자가 김밥을 먹고 싶다는 말에 한 씨는 골목에 잠시 차를 주차했다. 그런데, 차가 갑자기 소음을 내며 떨리기 시작했다.

운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해 다시 주행을 시작한지 10분 뒤, 차가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놀란 한 씨가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고, 주차되어 있던 14톤 트레일러 차량을 들이받고 나서야 정차했다.


이 사고로 한씨는 아내와 딸 그리고 두 손자를 잃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실시한 차량 감식조사에서 차량에 별다른 결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운전자 과실로 인한 사고로 결론 내려 한 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한 씨와 그의 사위는 국과수의 감정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국과수에서는 엔진 구동에 의한 시스템 검사가 불가능했고, 관능검사를 통해 차량의 결함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국과수 감식 이후 사고 차량을 인도받은 유가족과 변호인은 한국폴리텍대학 부산캠퍼스에 시뮬레이션 모의실험을 요청했다.

류정도 교수는 차량의 부품들과 엔진 내부에 남아있던 오일을 동일한 엔진에 결합해 모의실험을 진행한 결과 “엔진 급가속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고 차량의 제조사인 현대자동차측은 해당 감정서와 관련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감정 결과를 포함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방송이 나간 뒤 숨진 아내와 아이들의 아버지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하며 청와대에 올라온 ‘급발진 사고 재조사’ 서명에 동참해 달라고 글을 올렸다.

그는 “고마운 분들께서 청와대에 청원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면서 “20만 표를 득표하면 청와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여러분의) 도움을 간절히 청한다”고 글을 올렸다.

A씨는 “일 가정 어느 하나 소홀하지 않게 열심히 살았다. 행복한 가정이 꿈이었고 어느정도 이루었다 생각했다. 언젠가 아내에게 농담 삼아 이렇게 물었다. ‘여보 준영이랑 당신이랑 물에 빠져서 한 사람만 구해야하면 누굴 구해야할까?’ 아내가 준영이를 구하라는 말에, 저는 아내를 먼저 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누구도 구할 수 없었다. 이 큰 파도속에서 두발로 서 있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더붙였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