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미스터 복수’ 박찬욱, 한국영화 세계에 알렸다” 호평

입력 2017-10-30 13:09
박찬욱 감독 특별전 포스터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박찬욱 감독을 “미스터 복수(Mr. Vengeance)”로 소개하며 그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했다.

NYT는 지난주 내놓은 티 매거진(T Magazine)의 ‘더 그레이트’(The Greats) 섹션에 ‘박찬욱,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린 남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며, “박 감독은 복수 3부작인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한국 영화를 세계 무대에 알렸다”며 “한국 감독 중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티 매거진은 NYT가 매주 발행하는 패션·디자인·리빙·뷰티·여행·문화를 다루는 잡지다. 그가 소개된 ‘더 그레이트’ 부문은 한 분야에서 최정상의 위치에 있는 인물을 다루며 앞서 미셸 오바마·윌리엄 이글스턴 등이 이 섹션에서 소개됐다.

NYT는 박 감독의 이른바 ‘복수 3부작’에 대해, “이 영화들은 복수라는 공통된 주제 하에 평범한 사람들이 극단으로 몰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며 “다크한 유머와 회화적 구성, 낭자한 유혈을 조합한 영화를 만들지만 그러한 폭력성의 이면에는 깊은 휴머니티와 부조리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스터 복수’(Mr. Vengeance)로도 불리는 그의 명성 때문에 작품들이 폭력의 스펙터클일 것이라 오해하기 쉽지만, 그가 그리는 선혈이 낭자한 이미지들은 매우 매혹적이어서 관객들을 밀어내는 대신 화면 속으로 끌어당긴다”고 덧붙였다.

특히 ‘올드보이’의 명장면 중 하나인 산낙지 시퀀스에 관해서는 “일상에 난무하는 폭력으로 인해 인간성이 말살돼 가는 세상에서, 절망 너머까지 치달은 인간의 모습이 관객의 감정을 풍성하게 해 준다”고 했다.

이 기사는 박 감독이 영화인으로 성장한 과정도 담았다.

인터뷰에 따르면, 박 감독은 어릴 때 보았던 제임스 본드 영화를 보고선 너무 흥분한 나머지 자신만의 제임스 본드 영화를 구체적인 장면으로 상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대학교 시절 활동했던 영화 동아리에서 본 외국영화들도 작품 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당시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영화 학교에 다녔다면 표현주의 영화를 보여주는 강의를 들었겠지만, 한국에는 당시 체계적인 영화 교육과정이 없었다. 내가 영화에 대해 쌓은 지식들 역시 무계획적이고 산발적이었다. 그래서 내 영화들이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기이한 형태가 되었는 지도 모르겠다”는 인터뷰 내용도 담겼다.

한편 지난해 개봉한 영화 ‘아가씨’에 대해서는 “박 감독이 관심을 성(性)으로 돌린 작품”이라며 “에로틱한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원작 소설 ‘핑거스미스’의 시대적 배경을 1930년대 일제 치하의 한국으로 옮겨오는 데 성공했으며, 주요 캐릭터들이 변신을 거듭하며 놀라운 반전을 이어간다”고 평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