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의 열매' 따먹은 은행권, 눈부신 3분기 실적

입력 2017-10-29 16:11

주요 금융지주와 시중은행의 3분기 실적이 눈부시다. 그 ‘어닝 서프라이즈’의 배경에는 가계대출 급증이란 그림자가 있었다. 정부가 고강도 규제책을 내놔야 할 만큼 가계대출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과정에서 손쉬운 금리 장사로 은행만 재미를 봤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해 ‘생산적 금융’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29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KB금융그룹(2조7577억원), 하나금융그룹(1조5410억원), 우리은행(1조3785억원), IBK기업은행(1조2476억원) 등은 전년대비 껑충 뛴 1~3분기 누적당기순이익을 공시했다. 이런 실적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계대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계빚이 1400조원까지 치솟는 동안 은행은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수익)을 늘려 큰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은행의 핵심 수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KB금융은 올해 2분기(2.00%)보다 3분기(2.02%) NIM이 개선됐고, 하나금융그룹과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각각 1.92%에서 1.94%, 1.93%에서 1.98%로 올랐다.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조되며 시장금리가 상승하자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큰 폭으로 올랐다. 30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혼합형(5년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가이드 금리는 지난달 말보다 0.313~0.440% 포인트 올랐다.

예금 금리 인상은 최대한 미적거리면서 대출 금리는 시장에 작은 변화 조짐만 나타나고 신속하게 올리는 은행권의 오랜 행태가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전국은행연합회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의 10월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각각 3.09%, 4.13%, 4.53%, 3.88%로 9월 평균보다 각각 0.38% 포인트, 0.19% 포인트, 0.18% 포인트, 0.13% 포인트씩 높아졌다. 카카오뱅크는 9월에 평균 3.32%이던 마이너스통장 평균 금리를 10월에 3.52%로 0.2% 포인트 올렸다.

정부는 과도한 금리 인상이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해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세춘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들을 모아 합리적 이유 없이 가산 금리를 인상하면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히고 대출금리 감시를 강화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은행 대출금리를 붙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은행들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가 변동하면 이를 대출 상품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순호 연구위원은 ‘은행의 생산적 금융 역할 제고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은행들이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인 혁신 창업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은행이 벤처캐피탈·사모펀드와 관계형 금융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기술력과 함께 특허권, 매출전망 등 무형의 영업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기업가치평가모형도 개발해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 쉽게 변하는 창업·성장 중소기업의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그 밖에도 은행이 적극적으로 생산적 금융을 늘릴 수 있도록 부실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및 선제적 구조조정 기능을 강화할 것과 자산담보부대출 방식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