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끈이 변속기에 걸렸다” 음주운전 女 판결 뒤집힌 이유

입력 2017-10-29 15:40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픽사베이

청주에 사는 A씨(31·여)는 지난해 9월 10일 밤 음주 상태로 도로에 주차돼 있던 차량과 접촉사고를 냈다. 자신의 차량 뒤에 주차돼 있던 차량을 들이받은 사고였다.

당시 경찰조사에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83%였다. A씨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됐고, 법원은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A씨는 억울하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사고 당일 회식을 마치고 대리기사를 불렀는데, 이를 기다리며 LPG 차량을 예열하다가 실수를 했다는 것이다. 그는 “차량의 시동을 건 뒤 들고 있던 가방을 뒷좌석으로 던지다가 가방끈이 변속기에 걸렸다”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차가 후진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가방끈 때문이라는 A씨의 주장이 석연치는 않지만, 제출된 증거만으로 음주 운전을 했다는 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구창모 부장판사)는 29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 주장의 허점을 짚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차량의 변속기에는 실수에 의한 조작을 예방하기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기어봉을 움직여야 하는 ‘쉬프트-락’ 장치가 설치돼 있다”며 “당시 가방에 의해 변속이 이뤄졌다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라는 얘기인데 어떻게 차량이 움직였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최근 제작된 차량은 기술의 발달로 예열이 권장되지 않고, A씨의 차량 설명서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며 ”모든 정황을 고려할 때 예열이 필요했다는 A씨의 주장은 사후에 가져다 붙인 견강부회의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씨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