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익형 부동산 대출에 제동을 건다. 내년 3월부터 부동산 담보가치의 일정 기준을 넘는 초과 대출을 조이기로 했다. 차주의 상환능력을 세밀하게 따지는 지표도 도입한다.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임대업자 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다음 달 하순에 발표할 것이라고 29일 밝혔다. 부동산 임대업은 자영업으로 분류돼 가계대출 규제인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에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풍선효과로 수익성 부동산이 주목받곤 했다. 부동산 임대업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통해 정부는 이것마저 붙잡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임대업자가 금융회사에 돈을 빌릴 때 적정 부동산 담보비율을 초과하는 대출은 무조건 분할 상환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통상 은행들은 자율적으로 부동산 담보 가치의 40~80%에 해당하는 돈을 임대업자에게 빌려줬다. 여기에다 차주의 신용도나 다른 부동산 등을 보고 추가 대출을 해줬다. 금융위는 이 초과대출을 제한하기 위해 일시 상환이던 추가 대출을 매월 균등분할 상환으로 바꿀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은행이 차주의 상환능력을 심사할 때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V)을 참고지표로 활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RTV는 차주의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임대 수입으로 대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차주는 돈을 빌리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RTV 값은 애초 150%로 알려졌지만 조금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부동산 임대업자의 돈줄죄기에 나선 것은 이들의 부채 규모가 크고 증가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액 521조원 중 부동산임대업 대출은 140조4000억원(27%)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 급랭 조짐 보이는 상가·오피스텔 시장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이후 상가·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이미 급랭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연이어 발표된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도 큰 타격 없이 오히려 '풍선효과'를 누리다 마침내 '위축' 대열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결정타는 정부가 예고한 부동산 임대업자 대출 규제다.
다음달 하순 발표될 임대업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아직 정확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임대소득이 이자비용을 넘어서야 대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대수익률이 낮은 수익형 부동산을 보유한 임대업자의 경우 타격이 불가피해질 상황이다. 특히 '열풍' 수준으로 발전한 꼬마빌딩 거래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한 빌딩중개업체 관계자는 "가계대출 대책 발표 이후 투자자들이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대출을 끼고 홍익대 인근 50억원 가량의 꼬마빌딩에 투자하려던 한 고객이 이를 포기하고 이면도로의 저가 매물을 찾기 시작한 게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공격적 투자'를 접거나 아예 유보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률'이 낮아지는 상황으로 이어져 전반적으로 거래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2015년 5조5300억원, 2016년 5조4100억원대를 기록한 중소형 빌딩 거래액은 올해 3분기까지 4조8400억원대였다. 가계대출 규제에 이어 수익형 부동산 대출 규제안까지 발표되는 터라 올해 거래액이 2015년 수준을 넘어서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국은행이 사실상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점도 수익형부동산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수년간 지속된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는 저금리를 토대로한 것이어서 금리인상은 근본적인 시장 동력의 약화를 뜻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