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방해한 검사' 장호중 지검장, 피의자로 출두

입력 2017-10-29 15:08
장호중 부산지검장이 2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의 국가정보원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가짜 사무실을 차려 압수수색에 대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호중(50·사법연수원 21기) 부산지검장이 29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현직 검사장이 피의자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것은 진경준 전 검사장 이후 1년3개월여 만이다.

오후 2시50분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장 지검장은 "조사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국정원 현안 TF에서 무슨 업무를 한 것인가' '현직 검사장 신분으로 조사 받게 된 심경은 어떤가' 등의 질문에도 같은 답변을 반복한 채 조사실로 이동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 지검장은 2013년 국정원 감찰실장으로 근무하면서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가짜 사무실을 마련하거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에게 허위 증언을 시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의 국정원 심리전단 압수수색이 벌어지자 가짜 사무실로 검찰 수사관들을 유인하고, 조작된 서류를 압수수색 대상 물품으로 제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995년 검사 생활을 시작한 장 지검장은 대검 검찰연구관, 정보통신과 과장, 감찰담당관 등 요직을 역임했다. 국정원 파견을 끝내고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검찰에 복귀,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8월 인사 당시 부산지검장 자리에 올랐지만, 이 사건 수사 대상이 되면서 30일자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인사 조치됐다.

앞서 검찰은 수사 방해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7일 장 지검장, 당시 국정원 법률보좌관이었던 변모 서울고검 검사, 파견검사였던 이모 부장검사, 서천호(56) 전 국정원 2차장 등 총 7명의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후 이들을 차례로 불러들여 고강도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부장검사는 압수수색 당일 오후 5시 검찰에 출석해 12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고 전날 새벽 5시 귀가했다. 변 검사는 전날 오후 2시 출석해 이날 오전 6시30분까지, 같은날 오후 3시 출석한 서 전 차장은 이날 새벽 3시까지 조사를 받았다. 이 부장검사는 검찰 조사에 앞서 "제가 아는 한 국정원 파견검사들이 불법행위 한 적 없다"라고 취재진에게 말한 바 있다. 서 전 차장은 "재직 기간 동안 국가에 충성을 다 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이 부장검사 등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장 지검장에게 당시 현안 TF서 논의된 대응 방안은 무엇인지,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관여가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예정이다. 남 전 원장은 출국금지된 상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