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집’에 남매 두고 사라졌던 30대 친모, 형사처벌 면할듯

입력 2017-10-29 14:51


초등학생 남매를 쓰레기로 가득한 집에 버려둔 채 종적을 감췄다가 돌아온 친모가 형사처벌을 면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수원 남부경찰서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30대 여성 A씨를 아동보호사건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A씨는 수원의 한 임대주택에서 초등학생인 B군(9), C양(8)을 키우면서 수개월 간 집안의 쓰레기를 제대로 치우지 않는 등 자녀들에 대한 보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남매가 충치를 앓고 있었고, C양은 안과 치료가 필요했음에도 이를 방치해왔다.

A씨 가족의 참담한 모습은 지난달 12일 남매가 외할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남매는 주말마다 자신들을 돌봐주던 외할아버지에게 “집 문이 열리지 않는다”며 전화를 걸었고, 외할아버지가 갖고 있던 예비 열쇠로 문을 열면서 이들의 생활 모습이 드러났다.

18평 남짓한 집 내부는 쓰레기로 가득했다. 술병과 컵라면 용기가 나뒹굴었고, 싱크대의 음식물 쓰레기로 악취가 풍겼다. 밥솥에는 곰팡이 핀 밥이 들어있었고, 냉장고의 반찬도 대부분 상해 있었다. 평소 A씨의 제지로 집안에 들어가지 못했던 터라 외할아버지도 이런 모습을 처음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관할 주민센터가 A씨 임대주택을 대청소한 뒤 나온 쓰레기만 5t에 달했다.

종적을 감췄던 A씨는 지난달 27일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의 임대주택 옥상에서 울고 있던 A씨를 지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남편과 이혼한 뒤 남매를 홀로 키우면서 술과 인터넷 동영상에 빠진 채 생활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한 형사처벌보다 치료가 우선이라고 판단해 이 사건을 아동보호사건으로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남매가 친모에게 강하게 의지하고 있는데다 A씨가 남매를 신체적으로 학대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도 반영됐다. 검찰이 A씨를 가정법원의 아동보호재판에 넘길 경우 재판부는 A씨에 대해 피해 아동에 대한 접근 금지, 보호관찰 등의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