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태풍 ‘차바’가 휩쓸고 간 부산 광안리 해변 청소에 나서 감동을 줬던 ‘광안리 외국인 세 모녀'의 주인공이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선정됐다.
29일 부산일보에 따르면 부산 수영구 민락동에 사는 미국인 디애나 루퍼트(39·여)씨는 오는 6일 오전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 수영구 일부 구간을 달릴 예정이다.
이번 성화 봉송은 수영구청이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디애나를 적극 추천하면서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미국 출신의 디애나는 부산국제외국인학교 교사로 임용되면서 8년 전부터 부산에 거주하고 있다. 수영구청에 따르면 디애나와 두 딸 피오나(11), 스텔라(5)는 지난해 10월 5일 오후 태풍이 휩쓸고 간 광안리 해변으로 산책을 나섰다. 하지만 백사장이 쓰레기 천지인 것으로 보고 첫째 딸 피오나가 엄마에게 청소를 제안했다고 한다. 2학년 때 배운 해양오염이 생각나 가만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세 모녀는 민락동 집으로 돌아가 장화와 고무장갑을 챙겨오고, 엄마와 함께 근처 철물점에서 갈퀴도 샀다. 청소는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꼬박 4시간 동안 계속됐다.
지나가던 주민이 세 모녀의 청소 장면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피오나는 아직도 그 당시 일이 생생하다. 피오나는 “옆에서 청소하는 사람들이 한 명씩 늘어나는 모습을 보니 힘이 나고 고마웠다”면서 “엄마가 밥 먹으러 가야 한다고 할 때까지 시간이 그렇게 된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수영구청은 지난해 세 모녀에게 ‘자랑스러운 외국주민상'을 수여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