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후임으로 제롬 파월 연준 이사를 지명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이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SNS를 통해 “(차기 연준 의장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며 이번 주 중 지명할 것임을 밝힌 상태다.
지명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이사가 참석하는 연준 정책결정위원회가 31일과 11월 1일에 열리기로 돼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3일부터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순방에 나선다. 11월 2일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미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파월 이사는 옐런 의장 임기가 끝나는 2월 초 의장에 취임한다.
◇ 제롬 파월, 누구인가
파월 이사는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부 관리를 지냈다. 공화당원이다. 연준에는 2012년 발탁됐다. 파월 이사는 옐런 의장처럼 비둘기파로 통한다. 금융규제 완화에 찬성하지만 점진적이고 신중한 금리인상을 통해 시장 충격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파월 이사가 연준 의장에 지명되면 30년 만에 처음으로 경제 분야 박사 학위가 없는 의장이 된다. 변호사 출신으로 칼라일 그룹에서 일했고, 초당파적정책센터의 학자로 근무했다.
옐런 의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당초 예상됐던 선택지는 ①옐런 재지명 ②파월 이사 발탁 ③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발탁의 세 가지였다. 옐런 의장은 2015년 12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금리인상에 나서 지난 6월까지 모두 4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그가 주도한 FRB의 완만한 긴축은 미국 경제 회복세에 순풍이 됐다. 미국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하고 실업률이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게 그 방증이다.
그런데 공화당이 옐런 의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다. 공화당 보수파는 옐런의 진보 성향을 못마땅해 한다. 상원의 비준을 받아야 하는 자리여서 여당이지만 공화당이 반대하고 나설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 공화당 보수파는 테일러 교수를 지지해 왔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 경제지표에 맞춰 기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테일러 준칙'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공화당 보수파는 이미 테일러 준칙을 기반으로 FRB의 권한을 약화시키기 위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테일러 준칙을 적용하면 현재 1~1.25%인 미국 기준금리는 당장 3~4%로 높아져야 한다. 급격한 통화긴축과 이에 따른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에 역풍을 일으키기 쉽다. 이에 옐런 의장과 테일러 교수의 절충 인사로 부상한 것이 파월 이사다. 아버지 부시 정부에서 재무부 차관을 지내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받고 있는 데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연준 이사로 발탁돼 민주당에서도 이견을 내기 어렵다. 파월 이사는 옐런 의장과 마찬가지로 금리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