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성 헌재소장 후보자가 2012년 청문회에서 낭독했던 시는?

입력 2017-10-28 10:30 수정 2017-10-28 10:33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2012년 9월 12일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 김종삼 시인의 ‘장편2’를 낭독했다.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청계천변 10전 균일상 밥집 문턱엔/거지소녀가 거지장님 어버이를/이끌고 와 서 있었다/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태연하였다/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청문위원들은 “보고 읽는 게 아니라 외워서 말한다”며 인상깊어 했다.

이 후보자는 당시 “이 시 속의 소녀와 같이 사회의 밑바닥에서 고달픈 삶을 살지만 의연함을 잃지 않는 많은 국민이 있다”며 “그들이 내미는 손을 따뜻하게 잡고 함께 나아가는 헌법재판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일주일여 뒤 취임식에서도 이 후보자는 다시 장편2를 거론했다. 이어 그는 “소수자와 다수자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도 2015년 한 간부회의에서 장편2를 읊었다. 김 전 총장 역시 “주위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아니하고 당당하고 의연하게 할 일을 다 하는 소녀의 기개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과 관련, “대통령에게 부여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를 위반했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이 부회자는 27일 헌재소장 지명 이후 퇴근길에서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동료의 희생을 딛고 제가 지명을 받게 돼 가슴이 많이 아프다”고 답했다. 이어 “헌법재판관의 사명은 국민의 이름으로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라며 “무거운 짐을 지게 되어서 마음이 무겁지만 충실하게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