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장인 윤모(68)씨를 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가 주차 시비에 따른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돈을 노린 계획살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27일 경기도 양평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허모(41)씨는 혐의를 인정했지만 “부동산 일을 보러갔다가 현장에서 주차 문제로 시비가 벌어져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는 “피해자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며 “죽었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못하고 현장을 떠날 정도로 내 정신이 아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허씨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허씨가 현장의 혈흔조차 치우지 않고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이동한 점 등의 정황으로 볼 때 우발적 살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좀 더 확인해야 한다”며 계획적 범행 여부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단순 주차시비가 살인으로 이어진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허씨는 서울 강남의 부동산 컨설팅업체 팀장으로 사건 당시 피해자 자택 인근에서 공사 중인 주택 등을 둘러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주변인 조사 등을 통해 숨진 윤씨가 최근 인근 공사현장 관계자들과 일조권과 공사 차량 통행 문제를 놓고 갈등이 있었다는 참고인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또 허씨가 사업 실패로 큰 빚을 졌다는 가족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빚에 시달린 허씨까 돈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허씨가 자신의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를 범행 일주일 전부터 의도적으로 지운 것도 확인됐다.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자신의 행적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사건 사흘 전인 22일에는 허 씨의 가족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허씨에 대해 실종 신고를 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피해자 사인을 경동맥 손상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시신에서는 예리한 흉기에 의한 경동맥 손상 등 다발성 자창이 관찰됐다"는 소견을 받았다. 발견 당시 피해자 목에는 흉기에 찔린 것으로 보이는 외상 3개가 확인됐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