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델 테스트는 1985년 미국의 여성 만화가 엘리슨 벡델(Alison Bechdel)이 남성 중심 영화가 얼마나 많은지 계량하기 위해 고안한 영화 테스트이다.
대부분의 남성 중심 영화들은 벡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 2016년 국내 개봉 영화 중 관객 100만명 이상 관람한 영화 23편을 분석해본 결과, 벡델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부산행’ ‘덕혜옹주’ ‘아가씨’ ‘귀향’ ‘굿바이 싱글’ ‘미씽’ ‘날,보러와요’로 단 7편 뿐이다.
벡델 테스트의 통과 기준은 생각보다 매우 간단하다.
▷이름을 가진 여자가 두 명 이상 나올 것 ▷이들이 서로 대화할 것 ▷대화 내용에 남자와 관련된 것이 아닌 다른 내용이 있을 것
이 세가지 기준만 만족하면 백델테스트를 통과하게 된다. 그러나 올해 개봉한 국내 영화 중 관객 300만명 이상 관람한 영화 중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나문희, 이제훈 주연의 ‘아이캔 스피크’ 단 한 편 뿐이었다. (10월 기준: 1위 택시운전사, 2위 공조, 3위 군함도, 4위 청년경찰, 5위 범죄도시, 6위 더 킹, 7위 남한산성, 8위 아이캔 스피크)
벡델테스트가 페미니즘 영화를 가늠하는 기준이 아니다. 벡델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해서 영화의 내용이 성평등을 지향하거나 편견 없는 여성 캐릭터를 선보이는 것이 아니고, 벡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해서 절대적으로 성차별을 부추기는 영화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히 소비하고 있는 많은 영화가 얼마나 남성 캐릭터 위주인지 체감시켜준다는 의미가 있다. 벡델테스트의 기준 성별을 바꾼다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영화는 국내 상업 영화 중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염정아, 이정현, 손예진, 고소영, 라미란, 김혜수 류승룡 등 많은 유명 배우들이 “한국 영화, 여자배우들이 설 자리가 없다”라고 말해왔다.
벡델 테스트는 해외 비평가 사이에서는 이미 흔히 사용되는 평가요소로 스웨덴은 2013년 세계 최초로 벡델테스트를 영화 산업에 도입해,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에 ‘A’라는 인증마크를 붙여주기 시작했다. 2015년 기준 스웨덴 영화관 네 곳과 케이블 영화채널 한 곳에서는 영화 상영 직전 이 인증마크를 보여주고 있다.
민다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