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은 매년 10월 31일, 그리스도교 축일인 만성절 전날 미국 전역에서 다양한 복장을 갖춰 입고 벌이는 축제다. 본래 핼러윈은 켈트인의 전통 축제 ‘사윈’(Samhain)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켈트족은 한 해의 마지막 날 음식을 마련해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림으로써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았다. 이때 악령들이 해를 끼칠까 두려워한 사람들이 자신을 악령으로 착각하도록 기괴한 모습으로 꾸몄는데, 이것이 핼러윈 분장 문화의 원형이 됐다. 핼러윈 데이가 되면 각 가정에서는 호박에 눈 코 입을 파서 잭오랜턴(Jack-O’-Lantern)이라는 등을 만들고, 검은 고양이나 거미같이 핼러윈을 상징하는 여러 가지 장식물로 집을 꾸민다.
◇전 세계가 즐기는 핼러윈
19세기 중반까지 핼러윈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주해 온 이민자들이 특정 지역에서 지내는 소규모 행사였다. 미국으로 이주한 수십만 명의 스코틀랜드·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뉴잉글랜드와 메릴랜드, 일부 남부 지역에서 핼러윈을 치렀는데, 이 무렵 핼러윈은 한 해의 수확을 무사히 마친 것을 축하하는 의미였다. 이후 아일랜드를 덮친 대기근으로 아일랜드 이민자 1백만 명이 미국으로 대거 유입됐고, 이들이 미국 사회에 정착하면서 핼러윈이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대표적 축제로 자리 잡은 핼러윈은 20세기 들어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남아메리카 등지로 퍼졌고, 현재는 세계 여러 국가에서 핼러윈을 즐기고 있다.
◇‘트릭 오어 트릿’
아이들은 괴물이나 마녀, 유령으로 분장한 채 이웃집을 찾아다니면서 사탕과 초콜릿을 얻는데, 이때 외치는 말이 바로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이다. ‘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 거야!’라는 의미의 트릭 오어 트릿은 중세 특별한 날이 되면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아이나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던 풍습에서 기원한 것이다. 오늘날 핼러윈은 본래 의미를 상실한 채 너무 상업적으로 변질됐다는 인식도 있다. 하지만 켈트인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의 평온을 빌고 중세 사람들이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베풀었던 것처럼, 남을 생각하며 핼러윈을 지내는 사람도 많다. 가까운 이웃을 찾아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전 세계의 아이들을 위해 식품과 의료품을 지원하는 등 뜻깊은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검정과 주황
검정과 주황은 핼러윈을 상징하는 색이다. 호박의 주황색은 가을과 관련이 있고, 검은색은 어둠과 악마를 상징한다. 핼러윈은 죽음과 악마, 악령 등과 관련된 유래를 지닌 만큼 죽음을 상징하는 유령이나 해골을 비롯, 검은 고양이, 거미, 박쥐같이 불운을 가져온다고 생각되는 것들로 꾸며진다. 축제용 장식품과 복장도 악마·마녀·박쥐·고블린·좀비 등 기이한 형태를 띠는 것이 많다. 트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처럼 문학 작품이나 공포 영화의 주인공도 흔히 등장한다. 최근에는 인기 있는 만화의 주인공이나 유명인을 흉내 내어 분장하는 경우도 잦다.
◇핼러윈 음식, 호박과 잭오랜턴
핼러윈이 다가오면 미국의 가정에서는 커다란 호박의 속을 파내 잭오랜턴을 만든다. 호박은 등불만이 아니라 축제를 위한 요리 재료로도 사용되는데, 흔히 호박 파이, 호박 빵을 만들어 먹고 구운 호박씨도 즐겨 먹는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사탕이나 쿠키, 초콜릿처럼 달콤한 간식도 준비한다. 사과나 캐러멜, 시럽을 입힌 사과 사탕 등 사과로 만든 간식도 유명하며 눈알·두개골·거미·박쥐·지렁이 등 괴기스럽고 혐오스러운 모양의 사탕과 젤리도 흔하다. 견과류와 향신료를 첨가한 사이다도 핼러윈에 빠지지 않는 음료다. 중세에는 만성절과 위령의 날에 ‘소울 케이크’라고 불리는 작은 원형 케이크를 만들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풀었는데, 이 전통에 따라 작은 케이크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핼러윈 데이에는 평소 죽음이나 불운을 떠올리게 하는 유령이나 박쥐, 검은 고양이마저 즐거움의 상징이 된다. 남녀노소 모두가 일상에서 벗어나 즐거운 축제를 만끽하는 핼러윈 데이. 이번 핼러윈은 분장도 좋지만 중세인들이 핼러윈을 기념하며 나눔을 베풀었던 것처럼 이웃에 손을 내미는 따듯한 하루를 보내는 건 어떨까.
이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