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의 한 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은 25일 체육관, 3학년 교실 복도, 화장실에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대자보를 붙였다. 선생님들이 그간 학생들에게 모욕적인 언행과 행동을 일삼았다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의 고발에 양산교육청 등이 26일 해당 여고의 학생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진상조사를 벌인 결과 다수의 학생이 대자보에 적혀 있는 내용과 유사한 말과 행동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고생들은 대자보에 “이 학교에 입학해서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을 비하하시고, 선생님이라는 이름의 명분을 이용해 해서는 안될 말과 행동을 하시는 걸 많이 봐왔다”고 썼다.
이어 그간 겪었던 경험의 일부를 설명했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치마로 복도를 닦아봐라”고 했고, 과제 제출일을 어겼을 땐 “신발로 뺨을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겠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대가리를 깨버리겠다” “병신X” 등의 욕설을 하는 선생님도 있었다. 심지어는 속옷 끈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는 등 성희롱도 했다고 증언했다. 학생들은 “과연 저희가 뺨을 맞고, 성희롱과 모욕적인 언행들을 견뎌야 할 정도로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일까요?”라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하고 마무리했다.
경남교육청 학생생활과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대자보의 내용이 상당수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학생들을 상대로 한 전수조사에서도 다수의 학생이 교사들의 부적절한 언행과 성 관련 모욕을 당했다는 내용이 파악돼 경찰에 신고를 한 상태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는 교육청 등의 조사에 응하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감은 “현재 교육청에서 전수조사를 했고, 이 내용을 토대로 경찰 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관계가 밝혀져 교사들이 잘못한 부분이 나타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