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방송된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유만호(전국환 분)의 시점에서 시작했다. “정재찬(이종석 분) 검사가 도학영의 친구인 한우탁(정해인 분)과 친분이 있어 풀어준 것”이라는 이유범(이상엽 분)의 말에 이성을 잃은 유만호는 자신이 소지한 사냥용 엽총을 가지고 차에 올랐다. 그리고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던 재찬을 발견해 총을 쐈다. 이후 도주한 유만호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한우탁과 도학영까지 덮치려 했으나 두 사람은 다행히 곧바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 미안해
심각한 총상을 입은 재찬은 응급실로 실려갔다. 출혈이 많아 혈압이 불안정했다. 홍주는 수술실 밖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런 홍주를 바라보며 재찬은 “13년 전 그날을 아직 잊지 못한다는 말보다, ‘보고싶었다’는 말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마음속으로 그간 하고 싶었던 말을 전했다. 그러나 이내 “미안해” 이 한 마디를 남기고 재찬의 심장은 멈춰버렸다.
의식이 없어진 뒤에도 내레이션을 통한 재찬의 말은 계속되었다. “너무나 모진 말을 해서 후회가 된다” “이게 마지막이면 나 때문에 끝없는 자책을 할까 걱정이 된다”며 과거 자신이 홍주에게 매몰차게 대했던 행동을 후회했다. 계속 심장제세동기의 전기충격이 가해졌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해야겠다” 그리고 그 순간 심장 박동이 돌아왔다.
◇ 보고 싶었어, 아주 오랫동안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면회를 가려는 홍주에게 엄마는 “승원이가 전해주라고 했다”며 재찬이 주려던 반지를 건넸다. 그리고 “정 검사는 네 별명이 ‘밤톨’이라는 거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고 물었다. 홍주 역시 재찬이 10년도 더 된 자신의 옛 별명을 어떻게 알았는지 의아해했다. 그러나 반지함 속에 있는 쪽지를 보고 홍주 역시 깨달았다. 그 쪽지는 13년 전 자신이 재찬에게 남겼던 쪽지였다.
홍주는 곧 중환자실로 면회를 갔다. 재찬은 아직 정신이 혼미함에도 홍주의 볼을 쓰다듬으며 “보고 싶었다, 아주 오랫동안”이라는 말을 전했다. “기억하느냐”는 물음에는 홍주 역시 “기억난다”고 답했다. 그리고 “영영 못 깨어날까봐 걱정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재찬은 “그때 지하철에서 나 때문에 자책할까봐 걱정했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 검사는 그런 조작을 할 수 있는 사람입니까?
한편 신희민(고성희 분) 검사는 참고인 조사를 위해 우탁과 유범을 소환했다. 최 계장은 유범이 유만호에게 보여준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진을 보고 유만호가 어떤 짓을 할지 예상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자 유범은 “재찬과 우탁이 친하니까 청탁을 했을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었다”며 빠져나갔다. 오히려 실제로 친분이 있지 않냐며 우탁을 공격했다. 그러자 우탁은 “만나서 학영이는 절대 사람 죽일 친구가 아니라고 말했다”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나 곧 “서운할 정도로 딱 잘라 대답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강하게 부인했다.
유범은 “유만호씨 입장에서도 생각해보자”며 “딸이 죽었는데 용의자가 검사 친구랑 친분이 있어서 풀려났다면 미치지 않겠느냐”는 말로 정당화시키려 했다. 억지 주장에 최 계장은 “그냥 풀어준 게 아니지 않냐, 로봇청소기에서 혈흔이 나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유범은 “조작일 수 있다”며 “검사가 마음만 먹으면 과학수사대랑 조작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우탁은 희민에게 “검사는 그런 조작을 하면 할 수 있는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희민은 차가운 눈빛으로 유범을 바라보며 “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데, 선배는 검사 시절에 종종 했나보네요”라는 일침을 가했다.
상황이 뜻대로 돌아가지 않자 유범은 “방조? 교사? 대체 내 죄가 뭐냐”며 따졌다. 희민은 “법적으로 아무 죄 없다” “그런데 사람이 총을 맞았는데 검사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느냐”며 쏘아봤다. 그리고 “유만호씨가 왜 총을 쐈는지, 이 변호사가 어떤 분인지 남길 필요는 있을 것 같아서”라는 말을 덧붙였다.
최 계장은 돌아가는 유범을 배웅했다. 유범은 자기 로펌의 사무장 자리를 제안하며 “예전에는 온전히 제 편이셨지 않느냐”고 섭섭함을 표했다. 그러나 최 계장은 “그래서 무서워졌다, 나도 같이 방조한 건 없는지 무서워졌다”는 말로 일침을 날렸다.
◇ 분노가 변명이 될 수 없다는 거 알고 죽게 할 거야
조사를 마친 희민은 재찬을 만나러 왔다. 그리고 경황이 없어 가해자인 유만호도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병원 다른데로 옮기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러나 재찬은 오히려 “잘 됐다”며 “가서 왜 날 쐈는지 물어봐야겠다”는 의외의 말을 던졌다. “췌장암 때문에 오늘내일 하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할 거냐”는 희민의 말에는 “그럼 오늘 내일 중에 가야겠다”며 단호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리고 “분노가 변명이 될 수 없다는 거 알고 죽게 할 거다”는 말로 자신의 의지를 바꿀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 당신은 나에게 상처고 흉터예요
재찬은 병문안을 온 홍주에게 “과거 일 다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중환자실에서의 대답과 달리 홍주는 “13년 전에 우리가 만난 적이 있었느냐”며 기억이 나지 않는 것처럼 잡아뗐다. 그리고 “기억 못 해서 미안하다”는 말만 남겼다. 재찬은 거짓말을 하는 홍주에게 섭섭함을 느꼈다.
다음날 재찬은 홍주에게 간호사로부터 받은 귀걸이 한 짝을 건넸다. 홍주는 계속 찾고 있었다며 “이거 어디에 있었냐”고 물었다. 그러자 재찬은 “중환자실에 있었다, 왜 거짓말 했냐”며 “13년 전 그날 다 기억하지 않느냐, 왜 기억 안 나는 척 하느냐”고 질책했다. 결국 홍주는 “기억한다. 어떻게 당신을 잊겠느냐. 내 인생에서 가장 슬펐던 날 같이 있어준 사람이고 가장 잊고 싶은 날을 만들어주었던 사람인데”라는 말을 꺼냈다. 재찬은 ‘잊고 싶은 날’이라는 말에 의아해했다. 홍주는 “나 그 때 당신 죽일 뻔 했다”며 잊으려 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 아저씨가 너무 미워서 당신이 같이 죽어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자신을 죽게 만든 탈영병을 구하러 간 재찬을 이해할 수 없었던 당시 심경을 밝혔다. 그리고 “아직도 그때 생각만 하면 손이 떨린다”며 “13년 전 당신은 나한테 상처고 흉터”라는 가슴 아픈 말을 남겼다. “모른 척 덮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아픈 걸 보니 아닌가봐요.”
◇ 빈자리를 분노로 채우지 않기 위해
그날 저녁 재찬은 담당 검사인 희민과 함께 유만호의 병실을 찾았다. 그때 재찬은 문득 “너무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서,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없어서 분노로 채웠던 것 같다”는 홍주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강경하게 나가려던 태도를 바꾸었다. 재찬은 “아버님이 왜 그렇게 화나셨는지 안다”며 “귀한 딸을 원한으로 죽였다는 게 화났을 거다”라는 말을 꺼냈다. 또한 조사를 받으면서 만났던 사람들에게 들었던 말을 전했다. “모두가 따님을 칭찬하고 존경하고 사랑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던 도학영마저 따님을 좋은 분이라고 했다”며 그것이 타살이 아니라는 증거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따님은 누군가의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 말을 전해드리고 싶었다”는 말로 면회를 끝맺었다.
◇ 피하지 말고, 도망치지 말고
유만호와의 면회를 끝낸 재찬은 갑자기 링거를 떼고 옷을 갈아입은 뒤 밖으로 향했다. 비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 순간 홍주가 뛰어와 우산을 씌워줬다. 이 역시 꿈에서 봤던 것. 재찬은 “그래서 꿈에서 나, 홍주씨 찾았냐”라고 물었고, 홍주는 “거의 반 죽어서 찾는다”며 화를 냈다. 그리고 “13년 전 나도 당신과 같았다”며 “나도 망설였고 많이 힘들었다, 당신처럼 나도. 그래서 잊고 살았다”는 재찬이 꿈에서 한 말을 전했다. 또 꿈에서 재찬이 “피하지 말고, 도망치지 말고, 개똥처럼 자꾸 찾을 때 없어지지 말라고 했다”고 말하자 “그럼 당신은 뭐라고 대답했느냐”는 재찬의 질문에 홍주는 말없이 입을 맞추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이날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전날과 동일한 8.9%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지켰다. 수목드라마에 ‘절대강자’가 등장하지 않는 가운데, MBC ‘병원선’은 8.4%, KBS2 ‘매드독’은 5.7%로 뒤를 이었다.
이소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