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 멧돼지 16마리 추격… 결과는?

입력 2017-10-26 20:15
26일 오전 서울 노원구 불암산 일대에서 서울멧돼지출현방지단 관계자가 25일 서울여자대학교 교내에 나타난 멧돼지를 포획하기 위해 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멧돼지 16마리가 25일 오전 6시쯤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교내에 출몰했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인근에 나타난 멧돼지 3마리보다 무려 13마리나 많이 등장했다. 포획 허가를 받은 엽사(사냥꾼)들로 구성된 서울멧돼지출현방지단은 26일 멧돼지 떼를 찾아 노원구 불암산 일대를 뒤졌다.

서울멧돼지출현방지단 소속 10여명의 엽사들은 이날 오전 5시30분부터 태릉 뒤편 일대를 돌아다니며 멧돼지를 찾아나섰다. 이른 시간부터 일대를 뒤졌지만 ‘새발’(새로 생긴 멧돼지의 발자국 등 흔적을 일컫는 은어)만 잔뜩 발견했을 뿐 멧돼지는 만나기 어려웠다. 오전 10시쯤에는 서울 노원구 한국전력공사 인재개발원 인근에서 멧돼지 20마리 가량이 목격됐다는 제보가 들어와 1시간 가량을 뒤졌지만, 들개밖에 만나지 못했다.

엽사들은 이동경로를 추적해 멧돼지들이 불암산 능선을 따라 노원구의 한 주말농장 뒤편으로 갔을 것으로 보고 발걸음을 돌렸다. 이 농장에는 ‘멧돼지가 농장에 가끔 내려오는 관계로 고구마를 심을 수 없습니다’라는 주의사항이 적혀 있었다.

엽사들은 멧돼지 포획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었다. 멧돼지를 잡기 위해 두 명의 엽사들은 능선의 각각 반대쪽에서 사냥개 5~6마리를 데리고 ‘몰이’를 시작한다. 후각이 발달한 사냥개들이 멧돼지를 발견하고 산 아래쪽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평지에서는 멧돼지보다 사냥개가 빠르기 때문에 산 아래로 유인해 사냥개들이 멧돼지를 물어 움직이게 못하게 한다. 그런 다음 주요 길목에 대기 중인 엽사는 포획한다. 하지만 2시간이 지나도 멧돼지는 나타나지 않자 결국 이번에도 철수해야 했다.

몇몇 엽사들은 중간 중간에 복귀를 하면서 4명의 엽사와 6마리의 사냥개만 남았다. 이들은 제보를 받고 차를 타고 중계동 뒤쪽 불암산으로 이동했다. 제보 장소는 한 유치원의 뒤편이었다. 주변에는 새발이 많았다. 멧돼지가 지나간 흔적이었다. 엽사들이 수색한 결과 멧돼지 떼가 산 위로 올라간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정상까지 가서 몰이를 하기엔 인원이 부족했다.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 그렇게 새벽부터 8시간가량 이어진 멧돼지 포획은 아쉽게 종료됐다. 한 엽사는 다행히 멧돼지들이 시내로 내려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엽사들에 따르면 서울은 멧돼지를 포획하기 어렵다. 시내 산지는 대부분 공원이나 사유지, 유적지 등이라 철책이 둘러싼 경우가 많아 추적이 어렵기 때문이다. 멧돼지는 철책 위를 뛰어넘거나 밑으로 지나갈 수 있지만 사람은 돌아가야 한다. 이 때문에 지자체 등에서 멧돼지 흔적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포획을 위한 지원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