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에서 간부들이 병사를 상대로 뚝배기 집게로 혀를 잡아당기는 등 엽기적인 가혹행위와 잦은 구타가 있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해병대는 26일 브리핑을 통해 “구타 및 가혹행위 부분이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가혹행위를 한 A중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해병대에 따르면 A중사는 올 3~10월 수십 차례에 걸쳐 부대원들을 대상으로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뚝배기 집게로 병사의 혀를 잡아당기고, 주방용 가위를 병사 입과 귀에 가까이 대며 “잘라버린다”고 위협했다. 병따개를 손가락에 끼운 뒤 고통스러워하는 병사에게 웃으며 노래를 부르게 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가혹행위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6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일부 언론이 해병대 휴양시설에서 복무하고 있는 병사들이 상급자인 부사관들로부터 잦은 폭행과 가혹행위에 시달렸다는 내용이 담긴 피해 자술서를 확보했다고 보도한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해병대 관계자는 범행 동기에 대해 “가해자는 업무 중 대원들이 미숙하거나 친해지려 장난으로 했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부대 감찰라인이 가혹행위를 인지하고서도 이를 묵살한 정황도 드러났다. 해병대는 “장병들의 최초 제보가 있었음에도 상부에 이를 보고하지 않은 감찰 관계자를 대상으로 경위를 파악해 적법하게 처벌할 예정”이라며 “가혹행위 당사자와 묵살한 간부 등 4명을 보직해임해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시기가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의 ‘공관병 갑질’ 논란이 불거졌을 때여서 가혹행위 관련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해병대는 “모든 복지시설을 포함해 전 부대를 대상으로 정밀진단을 실시할 것”이라며 “해병대 인권자문위원회를 개최해 위원회 권고사항에 대해서도 추가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