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의 돌발적인 질문에 이례적으로 긴 답변을 했다. 언론에 많은 불만을 드러내온 그의 장황한 답변은 이례적이었고, 내용은 놀라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녁 댈러스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 헬리콥터 ‘마린 원’까지 백악관 잔디밭을 걸어가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기자들은 그를 향해 질문을 던졌고, 트럼프는 평소와 달리 기자들 앞에 멈춰 서서 질문에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분가량 상기된 표정으로 흑인, 라 데이비드 존슨, 제프 플레이크, 아이비리그 대학, 그간의 기억, 워터게이트 사건 등을 모두 언급했다. 그의 돌발행동에 CNN은 “한마디로 놀라웠다”고 표현했다. 이날 트럼프가 쏟아낸 답변은 더욱 그랬다.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아이비리그 대학교를 나온 사람이다. 괜찮은 학생이었고, 성적도 좋았다. 나는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다.”
트럼프는 1968년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을 졸업했다. 이 사실을 상기시킨 그는 언론을 향한 비난을 이어갔다.
“언론은 나를 실제보다 더 무례한 사람으로 묘사한다. 도널드 트럼프의 진짜 모습과는 다른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이 같은 ‘해명’에 미국 언론은 “트럼프는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지 증명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CNN)”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온 사람이라고 모두 ‘시민’다운 건 아니다(NY데일리뉴스)”라고 조롱했다.
자신의 지적 능력을 과시하는 트럼프의 모습은 이달 초에도 한 차례 드러났다. 트럼프는 10일(현지시간) 포브스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자신을 ‘멍청이’라고 했다는 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짜 뉴스라고 생각한다. 진짜 그가 그렇게 말했다면, IQ 테스트 결과를 비교해보는 수밖에 없다. 누가 이길지는 뻔하다.”
대통령의 돌발 제안에 백악관은 브리핑을 통해 “농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서둘러 봉합했다. 2015년 12월 말 대선 유세에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향해 “멍청하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당시 그는 오바마 정부가 시리아에 평화를 가져왔다고 발표하자 “정당화하려 한다. 시리아에 평화가 올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그때도 트럼프는 지적 능력과 아이비리그에 대해 언급했다.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가 무능하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멍청하다고 해야겠다. 나는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왔다.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이다. 고급 단어도 많이 알지만 ‘멍청하다’는 말보다 좋은 표현은 없다. 그렇지 않은가?”
트럼프의 ‘지능 집착’이 거듭되자 CNN은 지난 10일 “22개의 인용구로 정리한 도널드 트럼프의 IQ 집착”이라는 기사를 냈다. 그간 “IQ 테스트를 하자” “그 사람은 IQ가 낮다”는 식으로 지적 능력을 과시·조롱해온 트럼프의 역사를 훑었다.
트럼프는 2013년 4월부터 “몇몇 사람들은 내가 냉정하고 가혹하다고 생각하지만 난 IQ가 높고 상식도 있는 인정 많은 사람이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겨왔다. 또 같은 해에 “내 IQ가 오바마 대통령이나 조지 W 부시 대통령보다 훨씬 높다”는 트윗을 게재하기도 했다. 취임 뒤에는 “역대 정부 내각 중에 가장 IQ가 높은 사람들이 모였다!”고 과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IQ 언급을 시작한 2013년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IQ 점수를 밝히지 않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의 딘 키스 시먼턴이 2006년 정치심리학 학술지에 ‘역대 대통령 IQ 분석’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대통령이 직접 테스트를 진행하지 않아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논문에서 시민턴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IQ가 149.8이라고 예측했으나 실제 119를 기록했다.
이때 유명인사들의 IQ도 같이 추측했는데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끼어 있었다. 시먼턴은 트럼프 대통령의 IQ를 156으로 추정했지만 역시 근거는 부족하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