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 실사판… 중고차 판 뒤 GPS로 다시 훔친 일당

입력 2017-10-26 15:09
서울 광진경찰서는 인터넷으로 판매했던 중고차를 다시 훔치려다 이를 막으려던 차주인을 다치게 한 일당을 붙잡았다고 26일 밝혔다. 사진은 범인 황씨가 차 주인 C씨를 매달고 도주하는 CC(폐쇄회로)TV 영상 캡처. 사진=서울 광진경찰서 제공

늦은 밤 허름한 창고에 흰색 수입차 한 대가 서 있다. 작업복을 입은 몇몇이 차를 둘러싸고 '작업'을 시작하려는데, 누군가 “잠깐만요. 먼저 트렁크에서 GPS 제거할게요” 하며 트렁크를 연다. 트렁크 안에는 한 남자가 누워 있었다. “아유~ 살았다. 화장실, 화장실 어디야?” 하면서 트렁크에서 뛰쳐나온 이는 황정민이었다. 

영화 '베테랑' 도입부인 이 장면은 형사로 분한 황정민이 고객으로 위장해 중고차를 산 뒤 '중고차 절도범'을 검거하기 위해 트렁크에 숨어 있던 상황을 그렸다. 황정민이 잡으려던 영화 속 범인들의 수법은 중고차에 몰래 GPS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판매한 뒤 그 차가 있는 곳에 찾아가 다시 훔쳐오는 것이었다.

‘베테랑’에 그려진 이 범행이 서울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중고차에 위치추적기를 달아 판매하고 이를 다시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영화 '베테랑' 스틸컷. 사진=영화진흥위원회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달 9일 오전 1시40분쯤 서울 광진구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판매한 제네시스 중고차를 훔치다 차량 주인에게 들켜 상해를 입히고 도주한 혐의(강도상해)로 황모(22)씨를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차량 절도를 함께 모의한 혐의(특수절도)로 황씨의 친구인 A(32)씨를 구속하고 A씨의 아내 B(25)씨는 불구속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씨 부부는 채무 담보물로 보관 중이던 대포차에 GPS 위치추적기를 붙여 C(31)씨에게 판매한 후 황씨를 통해 차량을 다시 훔쳐오기로 공모했다. 이들은 빚을 갚기 위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달 7일 인천에서 D씨에게 800만원에 차량을 팔기로 하고, 우선 반값인 400만원을 받은 후에 차를 넘겼다. 이틀 뒤 황씨는 서울 광진구에 주차돼 있던 차량 위치를 부착해둔 GPS로 파악한 뒤, 미리 복사해둔 예비키로 차량을 훔치려 했다.

하지만 황씨가 차에 시동을 거는 것을 발견한 C씨가 차량 앞을 가로 막았다. 그럼에도 황씨가 차를 몰고 도주하자 C씨는 보닛에 매달려 600m가량 끌려가다 땅에 굴러 떨어졌다. 머리가 찢어지고 온몸에 찰과상을 입었다.

범인들은 대포차여서 C씨가 신고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26일 이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