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재첩 어가들, 쇄방사늑 조개 대량 출현으로 생계 위협

입력 2017-10-26 14:23 수정 2017-10-26 14:26
지난 11일 전남 광양시 진월면 송금리 섬진강 지선에서 조사 채취해 올라 온 제첩 사이로 쇄방사늑 조개가 섞여 있다.<사진=광양시청 제공>

섬진강 유역에서 유해해양생물인 쇄방사늑 조개가 올해 첫 대량으로 발견되면서 재첩채취에 나서는 어가들의 생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

쇄방사늑 조개의 이상 증·번식 현상이 이어질 시 재첩 서식수역 축소와 자원량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26일 광양시와 재첩채취 어가 등에 따르면 섬진강 하류를 중심으로 쇄방사늑 조개가 광양시 진월면 월길리~사평리 섬진강 지선을 중심으로 이상 증·번식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따라 재첩 수확량 감소가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해 이 지역에선 685t의 재첩이 채취돼 16억4000만원의 어가소득을 올렸으나, 올해 채취시기가 끝나는 10월까지 550t의 수확이 예상되면서 20%의 생산량 감소를 보이고 있다.

광양시는 재첩보다 쇄방사늑조개가 대량으로 채취되고 있다는 진월면 내수면어업계 4곳의 신고가 잇따르자 지난 11일 섬진강 지선 수역에 대한 자체조사를 벌인 결과 쇄방사늑 조개의 대량 번식을 확인했다.

쇄방사늑 조개가 채취량 기준 65%, 재첩 35% 비율로 채취된 것이다. 그동안 이 지역에선 쇄방사늑 조개의 채취량은 극소량에 불과했다.

광양시 최병삼 해양수산팀장은 "쇄방사늑조개는 예전부터 소량으로 서식되고 있었으나 올해 5~8월까지 오랜 가뭄으로 인해 담수유입이 줄어들고 염분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재첩 주요 서식지인 수역까지 올라와 종패가 다량으로 안착되며 대량 증식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시는 정확한 원인파악을 위해 지난 17일 국립수산과학원(중앙내수면연구소)에 연구조사 의뢰했다.

이 지역 4곳의 내수면어업계는 섬진강 재첩 서식수역에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쇄방사늑 조개의 대량번식으로 재첩자원이 감소되고 있는데 따라 생태 및 원인을 분석해 재첩자원이 회복될 수 있도록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또 쇄방사늑 조개의 이상 증·번식 상황이 내년까지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환경생태변화에 따른 어가들의 소득감소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서식지 담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 쇄방사늑 조개는 모래펄이나 갯벌에 서식하고 있으며, 번식할 경우 서식밀도가 매우 높은 조개류다. 전북 부안의 계화도 갯벌에서 많은 양이 서식하고 있어 ‘계화도 조개’로 불리기도 한다.

쇄방사늑 조개는 2008년 서식지가 아닌 강원도 고성군 화진포호에서 ㎡당 320개체씩 대량서식이 발견되면서 환경단체와 관련기관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또 2013년 송도습지보호구역 갯벌에서도 한국연안생태연구소 조사결과 우점종인 동죽, 칠게 등을 몰아내고 유해 해양생물인 쇄방사늑 조개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연안생태연구소 황재연 연구원은 “쇄방사늑 조개가 송도습지구역에 이어 강화도 일원에서도 증·번식 현상을 보이고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기본적으로 영양염류와 염분농도 증가를 요인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자세한 원인과 환경요인에 대해서는 현지조사를 비롯한 다각적인 원인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송도 갯벌의 최상위 우점종인 쇄방사늑 조개는 세계 100대 악성 침입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체내 셀레늄 함량이 높아 독성을 내뿜을 수 있고 생태계 상위 포식자에게 셀레늄을 농축시키기도 한다.

또 갯벌 플랑크톤도 대량으로 섭취해 다른 물고기나 조개류가 서식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셀레늄은 동·식물에 필수적인 무기 영양소이지만 체내 많은 양이 축적되면 독성을 일으킨다는 보고도 있다.

광양=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