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안암로 대광고등학교가 개교 70주년을 맞았다. 대광고는 기독교 정신으로 이웃에 봉사하는 학생을 양성하는 자율형 사립고다.
지난 16일 학교에 들어서자 ‘경천애인’이라고 쓰인 교훈석과 강당의 십자가, ‘그리스도를 바라보자’라는 푯말까지…. 기독교 학교 70년의 역사가 곳곳에 배어 있었다.
국내 대표적인 미션스쿨이며 자율형 사립고인 이 학교의 김철경(사진) 교장을 이날 오후 만났다. 김 교장은 “학생들이 선의의 경쟁을 해야 교육의 질이 향상된다”며 “대광고는 건학이념인 기독교 인성교육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역사가 깊은 영락교회가 설립한 학교이군요.
“맞습니다. 대광고는 서울 중구 수표로에 있는 영락교회를 세우신 추양 한경직 목사님께서 광복 후 월남한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든 학교입니다. 1947년 설립했는데 건학이념은 ‘경천애인(敬天愛人)’이지요. 이후 이창로 교장선생님 등을 통해 지금의 교육체계가 구축됐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은 크게 4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 기독교 인성교육, 둘째 학업증진 적성계발, 셋째 자아계발과 진로탐색, 넷째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입니다. 개교 70주년을 맞아 재학생들이 탄자니아 우물파기 사업을 위한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어요. 목표액이 달성되면 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을 통해 전액 기부할 계획입니다.”
-대표적인 기독교 고등학교라는 평을 듣는데요.
“대광고 출신 목회자가 1000여명에 달합니다. 온누리교회 고 하용조 목사, 전 총신대 총장 길자연 목사, 노량진교회 강신원 원로목사, 전 새문안교회 이수영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전 총회장 김정서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 전 기독교대한감리회 전용재 감독회장, 감리교신학대 전 총장 박종천 목사 등 내로라하는 목사님들이 대광고 출신입니다. 그렇다보니 그런 말을 듣는 것 같습니다. 교계 외에도 저명인사가 많습니다. 며칠 전 삼성전자 부회장을 용퇴한 권오현 동문, 차병원그룹 차광렬 회장, 연세대 의무부총장 윤도흠, 고려대 의무부총장 김효명, 김용담 전 대법관, 윤병세 전 외무부 장관, 차인태 아나운서, 가수 윤형주 등 수많은 동문이 대광의 빛을 세상에 비추고 있습니다.”
-기독교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어떤 게 있는지.
“매주 수요일 전교생이 한자리에 모여 채플을 진행합니다. 채플은 예배라는 한 가지 틀에 얽매이지 않아요.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 명사초청 강연 등 예배가 어우러지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인격 형성에 영향을 끼칩니다. 장애나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선 분,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강연은 학생들의 가치관과 진로를 정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1학년이 학급별로 3박4일간 들어가는 생활관 프로그램도 50여년 특색 있는 인성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대광고가 자사고를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건학이념인 기독교 인성교육을 제대로 펼치기 위함입니다. 2011년 자사고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일반고에 비해 자사고는 자기주도 학습의 의지를 지닌 학생들이 직접 원서를 냅니다. 건학이념에 맞는 자체 프로그램으로 교육하기 때문에 현 교육체계에서 적합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입학하려면 별도의 사교육이 필요한가요.
“그건 아닙니다. 자사고는 지원자가 모집인원의 120%가 넘으면 학생들의 성적을 삭제하고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출된 학교의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만으로 면접을 거쳐 선발합니다. 따라서 사교육은 필요하지 않아요. 대광고 입학에 중학교 성적은 무관합니다. 자기주도 학습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입학할 수 있습니다.”
-대광고는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요.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실현해 줄 맞춤형 교육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인재 양성을 위한 ‘공통 기본 트랙’을 비롯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당당하고 창의적인 전문가 양성을 위한 ‘글로벌 인문 트랙’,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첨단과학 트랙’, 꿈 끼 열정을 발산할 ‘예술·스포츠 과학 트랙’ 등입니다. 공부하는 습관과 공부에 흥미를 더하게 하는 ‘동기 간 멘토·멘티 프로그램’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첨단 기초과학 실험실, 천문대 시설을 갖추고 있고요. 드론반 운영과 3D 프린터를 이용한 학습, 로봇제작과 응용수업이 인기예요. 학생들은 200여개 동아리에서 활동해요. 축제와 발표회, 전시회 등을 통해 자신의 끼를 맘껏 발산하고 있지요. 특별히 우리 학교는 대학진학만을 위한 입시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새로운 교실학습 환경개선과 ‘교과교실제’ 전면 실시에 따른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 자사고 제도를 ‘입시교육의 최전선’ ‘사교육을 유발하는 학교’ ‘부자만 가는 학교’라고 비판하는데요.
“잘못된 지적입니다. 자사고는 문재인정부 이전에 추진했지만 건학이념을 구현하고 실천할 수 있는 건전한 교육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모든 교과활동을 학교에서 진행해 사교육비 부담을 크게 줄이고 있습니다. 일반고에 비해 사교육비 절감 효과를 내고 있는 셈입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