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중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가 미국에 온 건 대한민국 대통령이 무책임하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공격했다. 문 대통령의 안보 관련 발언에 대해 “구한말 고종황제 같은 말”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홍 대표는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한식당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 참석해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질 수 있는 책임감 있는 분이라면 저희가 굳이 한국의 안보 상황을 미국 조야에 알리러 올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정부가 제 역할을 못 하기 때문에 제1야당이라도 한국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서 왔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는 유감스럽게도 정부가 북핵 안보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주지 않기 때문에 올 수밖에 없었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니라 안보 목적으로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안보 위기와 관련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한 발언을 가리켜 “참 부적절한 말”이라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진 대통령의 그 발언은 남북 간 긴장이 극도에 달한 시기에 무책임했다”며 “그런 말은 사석에서도 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제국이 망할 때 러시아, 중국, 일본 틈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 구한말 고종황제와 같은 말”이라고 했다.
이날 홍 대표는 “지금 미국 교민 250만 명이 백악관에 전술핵 재배치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꼭 서명운동에 동참해 10만 명을 채워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어 “한국에선 대한민국 국민의 10%에 해당하는 500만 명이 전술핵 재배치 요구 서명운동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앞서 홍 대표 등 자유한국당 방미단은 지난 23일 출국길에 올랐다. 당 차원의 ‘북핵 외교’를 위해 4박 5일간의 일정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번 방미에는 한국당 소속의 심재철 국회부의장, 이철우·이재영 최고위원, 이주영·정진석·염동열·강효상 의원 등 10여 명이 동행했다.
◇ 국민의당 "홍준표, 이념 찌든 수구보수"
홍준표 대표의 발언은 국내에서 반발을 불렀다. 국민의당은 26일 홍 대표가 워싱턴에서 문재인정부를 '친북좌파 세력'으로 언급한 것에 대해 "이념정쟁에 찌든 수구보수의 수준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철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홍 대표는 지금 외교안보 정책의 무능과 한미FTA 잘못의 비판을 넘어서 ‘홍미동맹’ 놀이에 빠져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선거를 통해 국민이 선택한 합법 정부를 '친북좌파세력' 운운한 것은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아무리 무능하다 해도 국익을 훼손시키고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보는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 대표는 한미 FTA 문제에서도 '무역 불균형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 재협상을 앞둔 시점에 자칫 우리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발언으로 경거망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민주당 "홍준표, 동시대 정치인이란 게 부끄럽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홍 대표가 미국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스스로 핵무장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 데 대해 "당은 다르지만 같은 시대 정치인으로서 부끄럽다"고 비난했다. 우 원내대표는 당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고 하는데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제1야당 대표의 방미를 굳이 언급하려 하지 않았으나 도를 지나치고 외교적 혼선을 초래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홍 대표가 미국에서 한 말을 듣고 명색이 야당 대표가 이런 말을 했을까 생각했다. 국정감사 와중에 외국에 가서 외교적 혼선과 한미동맹의 균열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한심하다"고 했다.
그는 "외국을 나가는 것은 막을 수 없으나 부탁드리건데 앞으로 나가더라도 자중자애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25일(현지시각) 워싱턴의 미국외교협회에서 열린 한반도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해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스스로 핵무장을 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저와 한국당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최후의 수단으로 국민의 뜻을 모아 독자적 핵무장에 나설 의지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