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영화제 호언장담한 ‘대종상’, 결국 똑같았다

입력 2017-10-26 11:34 수정 2017-10-26 13:42
영화감독 이준익과 배우 최희서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대종상 시상식에 참석하며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배우 최희서가 25일 54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지만 여기저기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종상은 지난 몇 년간 공정하지 못한 심사와 당일 참석자에게만 상을 수여하는 점 때문에 ‘대충상’ ‘출석상’이란 오명을 얻었다. 이를 씻기 위해 지난 7월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와 협약을 체결했다. 새로워질 ‘신(新) 영화제’를 약속하며 조직과 심사, 진행을 모두 새롭게 바꿨다.

25일 뚜껑을 연 대종상은 작년보다 높은 참석률을 보였다. 송강호, 설경구, 조인성, 박서준 등 굵직한 배우들이 자리를 채워 면을 세웠다. 하지만 대리 수상이 이어졌고, 여우주연상은 유일한 출석자에게 수여됐다. 이에 대종상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많다.

2015년 대종상 운영진은 “참석하지 않으면 수상자에서 제외된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럼에도 남자 주연상·조연상 후보 전원이 시상식에 불참했다. 배우뿐 아니라 촬영, 음향 부문 역시 대리 수상이 이어져 대종상의 권위는 놀림감이 됐다.

작년 12월 대종상 영화제 역시 신인 남우 수상자 정가람부터 대리 수상의 행진이었다. 남녀 주연상 후보는 11명 중 이병헌이 유일하게 참석했다. 한 달 전 청룡영화제의 남자 최우수 후보들이 모두 참석한 것과는 사뭇 달랐다. 당시 대종상의 낮은 출석률은 수상식 2주 전에야 참석 요청을 보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스케줄로 인해 불참을 선언하지만 이를 보이콧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2016년 화제작 ‘부산행’ ‘아가씨’ ‘동주’는 대종상에 출품조차 하지 않았다. 

올해도 역시 대리 수상이 연이어졌다. 하지만 여우주연상은 5명 중 유일하게 참석한 최희서에게 돌아갔다. 그는 영화 ‘박열’에서 후미코 역을 맡아 한국어와 일본어를 오가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수상 자격이 충분했던 최희서의 영광에 여태까지 누적된 대종상의 오명이 흠집을 냈다.

이담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