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선 환자 삶 만족도, 5점 만점에 고작 2.4점

입력 2017-10-26 10:58
국내 중등도 및 중증 건선 환자의 삶 만족도 점수가 10점 만점에 4.2점 수준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건선 발병 이후 삶의 질이 바닥으로 떨어져 만족도 0점 상태라고 자평한 환자도 14%나 되는 것으로 밝혀져 주목된다.

대한건선협회 선이나라(회장 김성기)는 세계 건선의 날(29일)을 맞아 중등도 이상 건선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건선 환자의 삶에 대한 만족도와 치료 기대치 및 효과’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설문조사는 손바닥 하나 면적을 1%로 가정했을 때 건선 증상 범위가 3~10% 미만은 중등도, 10% 이상에 이르면 중증 건선으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중증 건선 환자들에게 가장 큰 불편함을 주는 것은 통증, 인설, 가려움, 변색된 피부로 인한 신체적 어려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꼭 치료되길 바라는 건선의 신체적 증상으로 가장 많은 환자들이 피부 변색, 얼룩덜룩한 피부, 붉은 반점(42%) 같은 피부 병변을 꼽았다. 각질이 떨어지는 현상, 인설(36%)과 가려움(19%)도 치료되길 원하는 증상으로 나타났다.

또 피부 병변으로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한 환자들은 일상생활에서도 해당 증상으로 인한 영향을 크게 받고 있었다. 

피부 변색, 얼룩덜룩한 피부, 붉은 반점이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묻는 복수응답 질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신감이 줄어든다고 답변한 환자들이 전체의 8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되어, 만남이나 외출을 자제한다(73%), 변색된 부위를 보며 우울감이나 외로움을 느낀다(57%), 이성 관계나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느낀다(48%)가 그 뒤를 이었다.

김성기 선이나라 회장은 “외부로 드러나는 피부 병변은 결국 우울, 대인기피 등의 심리적 고통이나 사회적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건선에 대한 사회적 오해와 편견이 환자들을 더욱 고립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환자 두 명 중 치료 결과에 대해 약 한 명(54%)은 피부 병변의 90% 이상 면적이 깨끗해져야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응답자의 35%는 100% 모두 깨끗해지길 원했다. 이는 건선 환자들의 완치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높게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반면, 현재 치료 만족도는 환자들의 이 같은 목표와 기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까지 받아본 치료가 피부 증상을 개선하는데 얼마나 효과적이었냐는 질문에 대해 환자들은 치료 효과를 5점 만점에 평균 2.4점으로 평가, 낮은 점수를 줬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피부 병변 개선 효과가 뛰어난 치료제들이 더욱 신속하고 많이 도입되어 국내 건선 치료 환경이 보다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건선은 몸의 면역학적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3%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에도 건선 환자 수는 2012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2016년 16만 8,862명으로 집계됐다. 

건선은 피부 병변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의 발생 위험도를 높이는데, 대표적으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과 같은 대사성 질환이 있다. 

중증 건선 환자들은 높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 불안증의 위험도가 높으며 이는 자살 충동으로 이어져, 자살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