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나라’ 일본에 최후의 ‘닌자’가 남아있었던 걸까. 전신에 검은색 옷을 걸친 이 남성은 어두운 밤, 도로를 걷는 대신 담이나 건물을 타넘고 다녔다. 방범카메라에도 잡히지 않아 사람들의 눈을 피해왔다. 그러다 마침내 그의 존재가 밝혀졌을 때 사람들은 놀랐다. 그는 74세의 고령이었다.
일본 경찰은 지난 8년간 오사카부 하기사오사카 시내에서 254회에 걸쳐 약 2940만엔(약 2억9116만원)을 훔친 혐의로 타니가와 미치아키(74)씨를 추가 입건했다고 NHK 등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7월 히가시오사카시의 한 전자 제품 매장에서 창살을 분리한 뒤 약 2만7000엔(약 26만7000원)을 훔치는 등의 혐의로 타니가와씨를 체포했다. 이 남성은 생계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타니가와씨의 정체는 오랜 시간 베일에 가려있었다. 그는 전신을 검은색 옷으로 감싼 채 밤늦은 시간부터 새벽까지 주변 민가를 돌아다니며 도둑질을 해왔다. 집과 집, 담과 담 사이로 이동하며 숨어 있다가 범행을 저질러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그는 ‘헤이세이 닌자’로 불렸다.
2009년부터 도둑질을 해온 타니가와씨는 지난해 5월에서야 처음으로 방범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후 경찰은 지난 7월 현금을 훔치는 타니가와씨를 체포했다.
이 절도범을 젊은 사람으로 생각했던 경찰은 타니가와씨가 74세의 노인이라는 사실에 당황했다. 경찰은 타니가와씨가 “도보가 아니라 쉼 없이 담 위를 뛰어다닐 정도로 육체적으로 훌륭했다”고 말했다. 체포된 뒤 타니가와씨는 “조금만 더 어렸으면 안 잡혔을 것”이라며 “이제 74세로 충분히 늙었으니 이제 그만 두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